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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교회화로 보는 새로운 신앙의 패러다임 : 모태신앙인을 중심으로

| 연구목적 및 연구배경

한국 개신교회가 존폐의 위기에 놓여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20년대에 들어 한국의 개신교는 팬데믹과 저출산 및 종교인구 감소, 낮은 신뢰도와 이미지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으며, 이는 많은 통계자료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2021년 실시한 종교인식조사에 따르면 40%만이 ‘종교를 가지고 있다’고 답해 2004년의 54%에 비해 14%가 감소했으며, 특히 20대 및 30대의 경우 종교인구가 각각 22%와 30%에 불과했다. 물론 종교인의 감소 현상은 21세기 들어 모든 종교에서 나타나고 있긴 하나, 그 중에서도 개신교인의 감소세가 타 종교에 비해 가파른 것이 현실이다. 2012년에 총인구의 22.5%에 해당했던 개신교인 비율은 2023년 15%까지 7.5%p 하락하여 같은 시기 5.8%p 하락한 불교, 5%p 하락한 천주교에 비해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 또한 학령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차세대 교인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는 교회학교도 크게 위축되어 유아부, 초등부, 중고등부가 없는 교회가 늘어나는가 하면 2030년에는 90%의 주일학교가 문을 닫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개신교와 개신교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또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불교신자와 천주교신자에 대한 이미지로는 ‘온화한, 따뜻한, 윤리적인, 착한’등의 긍정적인 키워드가 많았던 데에 반해 개신교 신자의 경우 ‘거리를 두고 싶은, 이기적인, 배타적인, 부패한, 이중적인, 사기꾼 같은’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대부분이었다.

종교인에 대한 이미지

이러한 한국 개신교회의 외부적 상황은 개신교인들의 교회 출석, 나아가 신앙 유지 여부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특히 태어날 때부터 신앙생활을 해왔고 교회와 기성사회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모태신앙인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상당수의 기존 연구들 또한 이것을 전제로 실시되어 개신교인들이 겪는 갈등과 혼란, 그리고 개신교의 교세를 회복시키기 위한 제언에 집중하였다. 예를 들어 교회의 지배구조 개혁, 외연 확장보다 내실에 집중하는 태도, 주일학교 커리큘럼의 개편 등이 있다(이은영, 2006: 115-116).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교회를 이탈한 개신교인들은 단순히 ‘주님을 받아들이지 못한 불쌍한 어린양’이자 ‘반드시 돌아와야 할 탕아들’로 규정되었으며, 교회라는 거대한 존재가 변화하는 양상에 따라 교회 이탈과 출석 유지라는 양자택일만이 가능한 수동적인 존재로 치부되었다. 탈교회화 현상 또한 ‘반드시 막아야만 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가치판단의 대상으로 전락하였다. 즉, 교회 이탈 현상을 다룬 기존 연구들은 한국 개신교회의 위기 타개라는 목적성에 경도되어 개신교인의 혼란과 신앙적 갈등을 극히 일방적인 시각으로 해석하였다(하수산나, 2020:4-5).

그러나 본 연구는 교회를 교인과 목회자 등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계속해서 변화하는 공간이자 공동체로 전제하고, 이에 따라 교회 이탈 현상을 단순한 개신교회의 양적 쇠퇴가 아닌 각 교인들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교회와 신앙을 정의하고 그 결과에 따른 결정을 내리는 과정으로 재정의해보고자 한다. 또한 기존 연구들이 간과했던 다양한 신앙생활의 양상을 관찰하고 모태신앙인이 청년기에 이르러 신앙적 선택을 내리기까지의 서사를 재조명해볼 것이다. 아울러 기존 연구들이 ‘한국 개신교의 위기’라고 규정했던 탈교회화 현상이 오히려 신앙적 스펙트럼이 확장되는 과정으로 재해석될 가능성은 없는지, 지금까지 교회를 나오지 않는 ‘비정상적’ 신자로 인식되었던 이탈 신자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여지가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도 관찰해볼 계획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기존의 기독교적 시각으로만 판단되었던 ‘모태신앙인의 탈교회화 현상’ 에 대한 낯설게 보기를 시도한다는 점, 또한 다원화된 현대사회에서 표출되는 신앙생활의 다양한 양태를 조명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가진다.

심층 인터뷰는 5월 7일부터 6월 7일에 걸쳐 총 9인의 연구 참여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인포먼트는 이탈 여부에 따라 크게 두 분류로 나누어 섭외했으며, 연령대는 주로 20대이나 30대도 존재한다. 그들 모두로부터 모태신앙이 교회 내외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또 신앙 형성에 대해 어떠한 시야를 갖고 있는지 이끌어내고자 했다. 교회를 더 이상 다니지 않는 신자에게는 이탈로 이끈 주 요인에 대해 추가로 질문하였다. 반대로 수평이동을 포함하여 교회에 출석 중인 신자에게는 신앙 활동을 유지하게 하는 요소들과 이탈 행위에 대한 의견을 구하였다.

모든 인포먼트 섭외는 눈덩이 표집으로 진행하려고 했기에 본 연구진은 인포먼트 섭외 및 참여 관찰을 위해 연구 초기부터 교회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연구 기간에 한계가 있는 관계로 섭외를 서두를 수 밖에 없었고 충분한 신뢰를 얻지 못해 그 과정 중 난항을 겪었다. 특히 교회라는 집단 특성 상 신앙을 바탕으로 두는 이들이 많은데, 교회 출석의 목적이 신앙생활이 아님을 알고 반감을 내비칠 수도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새신자 교육을 받고 청년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인포먼트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첫 인터뷰 진행 이후, 라포(rapport) 형성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눈덩이 표집에서는 충분한 대답을 듣지 못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따라서 더 많은 정보를 위해 지인 인터뷰도 병행했다. 다행히도 연구진 또한 대부분 모태신앙이기에 섭외 과정은 순탄하였다.

인터뷰 진행 전 질문지를 요구하는 참여자에게는 따로 파일을 전달하였으며, 인터뷰는 가급적 대면으로 진행하되 날짜 조율에 지장이 있는 경우, 비대면 프로그램인 zoom을 사용하였다. 또한, 인터뷰에 앞서 연구자들은 인포먼트들에게 정보 제공 동의 및 활용 동의서를 전달하였으며, 각 인포먼트의 서명을 받았다. 인포먼트 중 지인 관계인 A, B와 D, E는 초점 집단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 연구 질문

따라서 본 연구진은 세 개의 연구 질문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신앙 공동체가 모태신앙인의 사회화 과정에 어떻게 관여하는가?

  1. 모태신앙인은 사회화과정에서의 신앙발달적 혼란과 갈등을 언제, 어떻게 경험했는가?
  2. 모태신앙인은 교회가 제공하는 컨텐츠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비했는가?
  3. 어떠한 요인이 교회를 이탈한 모태신앙인의 '심리적' 탈교회를 '실제' 탈교회로 이어지게 했는가?

둘째, 탈교회한 모태신앙인과 그렇지 않은 모태신앙인에게는 어떤 차이가 존재하는가?

  1. 교회의 기능 활용 방향과 교회 이탈 여부에 상관관계가 존재하는가?
  2. 탈교회한 모태신앙인과 그렇지 않은 모태신앙인은 각각 교회를 어떤 방식으로 정의내리고 있는가?

셋째, 모태신앙인들은 자신의 신앙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1. 신앙정체성을 확립한 모태신앙인들은 자신을 어떻게 정체화하고 있는가?
  2. 탈교회가 이루어졌지만 신앙심은 유지하고 있는 모태신앙인과 그렇지 않은 모태신앙인에게 어떤 차이가 있는가?

| 외부적으로 구성되는 신앙

부모의 신앙을 물려받은 모태신앙인들은 가정 내에서 신앙적 교육을 받고 부모님과 함께 교회를 출석하며 부모의 신앙인 개신교를 자연스럽게 자신의 신앙으로 내면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물론, 이때의 신앙은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신앙이라기보다는 자신이 신뢰하는 부모 혹은 교회 목회자의 신앙을 자신의 것과 동일시하여 받아들이는 단계에 가깝다. 모태신앙인이 자신에게 주어진 신앙을 습득하는 장소는 크게 ‘가정’과 ‘교회’ 두 곳으로 나눌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인터뷰를 통해 유년시절 인포먼트가 경험했던 교회와 신앙적 공간으로서의 가정에 대해 알 수 있었다.

1) 유년시절의 교회와 개신교에 대한 기억

가족 구성원들은 동일한 신앙체계를 중심으로 결속되는 경향이 있다.(한내창, 2005, 『종교연구』: 219-220) 특히, 모태신앙인은 개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부모와 같은 교회를 다니며 이들의 신앙을 자연스럽게 물려받게 된다. 일부 모태신앙인은 자신의 신앙적 믿음 혹은 교회 출석에 대한 큰 의심을 갖지 않기도 한다.

"제가 모태신앙인이니까 어렸을 때부터 물론 자율성이 없긴 했지만 이제 일요일마다 교회를 가게 됐죠. 또, 제가 원래 다니던 교회는 또 유치원을 같이 했었어요. (...) 그냥 일요일에 교회 가는 게 당연했어요. 근데 이제 사실 저는 아까도 얘기했다시피 주 6일에 교회를 가다 보니까 그리고 같은 동네에서 자랐으니까 교회 친구가 학교 친구고 학교 친구가 교회 친구였어요. 그러니까 그냥 일요일에 교회를 간다고 막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고(...) 그냥 일요일에 일요일 되면 교회 간다. 교회 가면 친구를 본다. 뭔가 교회 가서 내가 예배한다보다는 교회 가면 친구들이랑 논다 이런 느낌이었어요." (인포먼트 F)

본 연구를 통해 인포먼트가 유년시절에 교회와 개신교에 대해 가졌던 이미지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살기 전, 미국에서 가족들과 살았던 G는 미국의 한인 교회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G가 살던 주(state)는 미국에서 백인 비율이 가장 높은 주로 한인들이 유일하게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이 한인 교회였다. 교회 공동체 내에서 서로를 응원하고 유익한 정보를 공유하였으며, 목사는 교인들을 따뜻하게 대해주어 ‘신앙심’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환경이 구축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G는 개신교는 이미 자신에게 ‘체화된 상태’라고 말하며, 교회에 대한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개신교에 대한 이미지와 결부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언제든지 목사님께서 집에 초청해 주셔가지고 같이 밥도 먹고 얘기를 하고 그래서 굉장히 따뜻하고 되게 정이 넘치고 그래서 오히려 어떤 신앙심도 생길 수 있는 그런 환경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그때 기억이 정말 좋았어가지고 초기 기독교에 대한 이미지는 이미 저한테 체화된 상태였고 당연한 상태였고 이미지라기보다는 이미 나의 정체성의 일부였기 때문에 좋고 나쁘고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이게 그냥 나구나, 그냥 이게 좋다 이런 식으로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인포먼트 G)

2) 가정으로 연장되는 교회

모태신앙인의 신앙적 사회화는 '교회'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진행된다. 교회 내에서는 주로 목회자가 예배와 같은 매개체를 통하여 신앙적 메시지를 전한다면, 가정에서는 모태신앙인의 부모가 신앙 교육을 주도하게 된다. 유년시절, 인포먼트들의 부모는 주로 인포먼트와 함께 교회에 출석하였으며, 핵가족의 단위를 넘어 조부모, 친척도 동반하는 경우도 존재하였다.

"친할머니 기준으로는 자녀가 4명이신데(...) 한 가정은 자녀가 둘이고 이제 부모가 있는데 한 분만 신앙이 있어요. (...) 그리고 한 가정은 부부와 자녀가 있는데 신앙이 완전 없다 이건 아니지만 제가 알기로는 교회를 매주 가시지는 않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한 가정은 부부와 자녀 두 명인데 그 남성 파트너 분은 교회 신앙이 딱히 없으시지만 자녀 둘과 여성 파트너 부부는 신앙이 있다. 그리고 저희 가정은 부부에 자녀 셋인데 다 신앙이 있습니다.(...) 그래서 막 모두가 신앙이 아예 없다! 이건 아니지(...)" (인포먼트 F)

유년시절의 인포먼트들은 교회에서뿐 아니라 가정 내에서 다양한 신앙 문화를 경험하며 신앙 교육을 받았다. 식전 기도와 같은 개신교적 문화를 습득하거나 성경 필사 등을 하며 신앙 공부를 하기도 하였다. 대부분의 인포먼트는 가정 내에서 신앙 문화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인포먼트 C는 청소년기까지 식사 전에 기도를 하였으며, 성경 필사 또한 할머니의 제안으로 하게 되었다. 그러나 가족들과 물리적으로 멀어지고 개인의 신앙을 점차 형성해나가면서 C는 신앙적 일상을 이어나가지 않았다. G와 I 또한 유년/청소년 시절에는 부모와 함께 성경 공부를 하고 식전 기도를 하였다. 인포먼트 F는 ‘기도를 하면 (하나님이) 들어 준다’는 믿음은 여전히 가지고 있으나 기도는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저희 가족은 그런 걸 그렇게 일상생활에선 경험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저희 큰아빠네 집이 왕래가 잦았는데, 그 집은 굉장히 독실한 집안이어가지고 그 집에 놀러갈 때나 명절일 때나 그럴 때 다 같이 기도를 하고, 제사 대신 예배를 드리는 식으로 진행했던 것 같아요. 제사를 드려본 적이 없어요." (인포먼트 H)

3) 가정 내의 신앙적 갈등

인포먼트들은 가정 내에 요구되는 신앙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가족 구성원과는 다른 신앙적 가치관으로 인해 갈등을 겪기도 하였다. 여기서 신앙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함은 교회 공동체 생활에 성실히 임하지 않거나 교회를 출석하지 않는 등을 의미하며, 인포먼트마다 갈등의 원인과 양상은 조금씩 상이하였다.

“고등학교 딱 졸업하고 올 걸요 아마. 성인 딱 되자마자 딱히 큰일은 없었는데 그때 그냥 개인적으로 좀 힘든 시기였거든요. 마음도 그렇고 심리적으로도 그렇고 또 공부도 잘 안 되고. 그때 좀 쌓였다가 좀 크게 터진 느낌. 엄청 좀 제가 봐도 좀 많이 좀 타락했을 때라고 해도나 많이 빠졌을 때 그때 이제 엄마한테 나는 기독교를 안 할 거라고 크게 싸워서 며칠 갔던 것 같아요. 그냥 선교지에 있을 때나 봤던 것들 이런 게 있거든요. 좀 선교사님끼리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좀 다퉜다, 안 좋은 일이 있었다, 그리고 또 예수 믿는 사람이 저래도 되나 이런 거 봤을 때 좀 쌓아놨었거든요. 그러다가 이제 엄마랑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선교지에 대해서 좀 좋은 말씀을 하셨었나. 그때 저는 이제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토론을 하다가 싸우게 됐어요. 그래서 그냥 나는 기독교인은 안 하고 싶다, 엄마한테 이제 이제부터 아니라고 나 자신을 정의하고 싶다(...)” (인포먼트 D)
"제가 지금 교회를 옮기기 전에 주말에 일요일에 본가에 있는데 원래 다녔던 교회의 예배를 하러 제가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제 방에서 온라인 예배, 이제 제가 교회 학사가 있는 교회 예배를 드렸을 때, 집에 있는데 왜 온라인 예배를 드리냐, 집에 있는데 같이 교회 가면 되지 왜 온라인 예배 드리냐 그냥 이런 핀잔 이런 건 있었는데 갈등까지 가진 않았고요. 그리고 그냥 다 비슷해요. 다 꾸중으로 끝나요. 예를 들어 제가 여행을 토, 일, 월, 화, 수 간다. 그러면 왜 일요일 껴서 가냐, 가서 잘 예배 드려라 이런 것 같아요." (인포먼트 F)

4) 모태신앙인을 향한 교회 공동체의 기대

부모와 함께 교회를 다니는 모태신앙인을 향해 교회 공동체는 다양한 방식으로 기대를 표현한다. 일반 신앙인과 다르게 부모의 신앙을 물려받고 계속 이어나간다는 점에 대해 더 깊은 신앙심을 요구받거나, 이를 행동으로 드러내길 권유받기도 한다. 이들의 신앙심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며, 모태신앙인은 기대에 부응하려고 하기도 하고, 오히려 기대를 부담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주변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보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반응을 하죠. (...) 주변 사람들이 모태신앙 이러면 오~ 이런 느낌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인포먼트 E)

다수의 인포먼트들은 교회 내에서 모태신앙 가족이 남들보다 더 우월한 존재로 여겨졌으며, 그들의 신실함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음을 밝혔다. 또한, 교회 내 신앙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권유받았다. 종합해보면, 모태신앙인에 대한 기대는 직접적인 발화와 더불어 암묵적인 공동체 내 분위기로 형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때 일부 인포먼트의 경우 자신에게 주어지는 기대감을 오히려 저버림으로써 이를 해소하고자 했다. 모태신앙인이라면 마땅히 해야 하는(해야 한다고 권유되는) 행위, 예를 들어 기도를 더 열심히 하거나 예배에 집중하는 행위를 하지 않음으로서 편안함을 느꼈다고 말하였다.즉, 기대에 대한 모태신앙인의 반응은 다양하게 나타나며, 인포먼트의 현재 탈교회 여부와의 연관성은 찾을 수 없었다.

“기대를 하는데 저는 기대에 못 미치니까 그거를 그냥 아예 없애버리려고(...) 그 기대는 제가 완전히 처음부터 저버리죠. 그냥 더 아닌 척하고 오히려 기대를 완전 낮춰버리는 느낌. 그냥 대표 기도 하는 거 다른 사람들은 다 잘하는데 오히려 기도를 짧게 하고 아예 그런 거 있지 않았나. 예배 시간에 자고 핸드폰 하고. 선교사 자녀들은 그러면 안 될 것 같고 사람들 눈치를 보잖아요. 다른 사람들 시선을 더 신경 쓰잖아요. 근데 그걸 오히려 더 안 해버려가지고 더 편하게(...)” (인포먼트 E)

| 내부적으로 구성되는 신앙

1) 내면화 과정의 발달

이렇게 성장 중 외부의 영향에 의해 내면화 된 신앙은 각자의 계기로 인해 재구성 및 재확인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냥’을 벗어나기 시작한 신자들에게 새로운 자아정체감이 자리하기까지 그들은 많은 역동을 경험하게 된다. ‘모태신앙’이라는 꼬리표는 모태신앙자들이 교회 내에서 삶을 영위하는 데 분명 기여를 했지만 동시에 역설적이게도 이들이 다른 정체성을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지워내기도 했다. 모태신앙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사유하고 있는 신자들은 그 의미적인 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을 꺼려했다. 반면 외압에 저항하기 위해 반항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신자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한국 교회에 수용적이기를 거부하며 기꺼이 갈등에 자신을 내던졌다. 아예 자신의 신앙을 진정으로 탐구하기 위해 여러 방향성을 고려하고 끊임없이 재인식을 꾀하려는 신자도 존재했다. 교회에 참석하는 것이 진정으로 자기 행위자성(self-agency)에서 비롯되었는지 재고하려는 시도인 것이다. 분명한 건 이렇듯 다양한 양상 속에도 이들 모두 공통적으로 새로운 신앙의 양상을 논할 기회를 얻었다는 점이다. 이 글은 모태신앙들이 내부적으로 새로운 정체성을 획득하는 과정과 그 실감에 대한 진술을 제시한다.

내부적으로 신앙을 구성함은 교회와 가정에서 답습한 신앙을 ‘개인화함’을 의미한다. 단체 내에서 일체감을 형성하기 위한 도구로써의 신앙을 버리고 새로이 해석한 신앙을 체화하는 것이다. 상술했듯이 이 새로이 해석된 신앙 역시 기존의 경험에 따라 의존도가 상이한다. 안정적인 신앙생활을 수행한 이들은 이미 능동적인 신앙 구성원으로서 자리매김했기에 굳이 변화를 포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모태신앙인이 개인의 정체감 형성에 큰 요인으로 작용했을 때, 재구성 과정은 신앙의 발전 및 가시화된 신앙인으로 발돋움함에 그친다.

“처음에는 아예 그냥 사실 엄마 아빠가 믿고 그러니까 그런 그냥 하나의 그냥 종교 집단. 그냥 그렇게만 생각을 했는데 이제 내가 신앙이 들어가고 이제 딱 여러 이야기를 듣고 하다 보니까 그냥 그렇게 조금 변한 것 같아.” (인포먼트 A)

안정적인 신앙생활에는 환경적 요인 역시 크게 작용한다. 신앙을 개인화하는 과정이지만 이에 대한 정보 인식은 사회적인 기능에서 기인할 수 있다. 이전 교회에서 다소 부정적인 면모를 목격한 I의 경우, 교회나 개신교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내비쳤다. 집단 내부에서도 과도한 소속감으로 점철된 어른들의 행동은 당시 학생이던 I에게 폐쇄성을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구성원이지만 실질적인 유대감을 경험하지 못한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인포먼트 I는 교회에 대한 이미지 변화를 타 교인들과의 교류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이전 교회 내에서 타자화의 대상으로 전략되었기에 새로운 집단에서의 관계 회복은 그가 다시 빠르게 교회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적극적인 발화자로 행위하게 되면서 신앙적인 측면 역시 고양된 것이다. 즉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더라도 신앙을 재사유하는 순간 이전에 긍정적인 교제 활동은 자신의 신앙을 확실하게 인식하게 되는 토대로써 역할한다.

원래는 딱딱했는데, 예전에 다니던 교회는 어르신들이 약간 신앙심이 얼마나 강한지를 과시하는 느낌이 강했어요. 고3때까지 다닌 교회인데 말이 없고, 공동체 같은 것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서 예배만 드리고 다들 사라졌어요. 그 교회에서는 약간 회의감을 느꼈었고.

“이전 교회에 비해 사람들과 교류가 많고 편한 분위기의 교회를 만나게 되면서 (지금의 이미지가 형성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도 평소 밖에서 힘들다가 충전하는 공간이기도 하고. 주중에 힘들다가도 주일에 ‘아, 교회 가야지’라고 생각만 해도 충전이 되는?” (인포먼트 I)

신앙의 재구성 및 개인화는 온전한 신앙을 완성하기 위해 필연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집단에서 경험한 신앙생활이 불만족스러울 때는, 이를 개인화하려는 시도 또한 좌절되기 마련이다. 신앙인으로서 담론과 실천이 부재하면 자기관찰의 계기 또한 제공되지 않는다. 교회에서 이미 유의미한 대척 지점을 경험한 신자에게 신앙에 대한 가치관 형성은 험난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안정적이지 ‘못한’ 일련의 신앙생활은 개인에게 주체성이 주어지게 되며 스스로의 신앙에 대해 조금 더 공고히 괴리감을 체감하게 하는 도구로써 기능한다. 종합해보면 그들이 신앙을 재구성할수록 오히려 개신교에 대한 반감의 의식화가 진행하는 것이다.

“머리로 가야겠다는데 마음으로는 굳이 떠나 있는 기분. 그래서 분명히 ‘하나님이 계시다. 구원을 받을 거다’라는 거는 이제 어느 정도 그냥 머리에 박혀 있는데 딱히 와닿지는 않아서.” (인포먼트 D)

2) 신앙 정체성의 혼란

모태신앙으로서 교회 출석이 당연히 따라야 할 규범이 아니게 되면, 교회를 감히 ‘포기’할 수 있다는 걸 깨닫는데, 특이한 지점은 이 사실을 자각하는 과정조차 모든 신앙인에게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교회 출석에 가장 지대하게 영향을 끼친 건 코로나19임에 큰 이견은 없다.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예배의 비대면화는 많은 개신교인이 교회를 ‘포기’하는 계기가 되었다. 교회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신자 이탈 양상이 두드러지는 건 여러 요소가 작용함의 반증이기도 하다. 개인의 신앙 층위를 떠나 규칙적인 피로감이 일시적으로나마 사라졌기 때문에 이에 안주하던 신자들은 이내 교회를 이탈하는 수순을 밟았다. 이렇듯 해방감을 느낀 사람들도 있지만, 교회를 끝까지 지킨 이들도 있다. 그들에게 이미 규칙적인 ‘일상’으로 자리매김한 교회는 하나의 큰 역동이 일어나지 않는 한 삶의 궤적으로 반복될 뿐이다. 이는 인포먼트 A와 B 모두 단언하는 부분이다.

“다들 교회에서 헌신하는 게 다들 힘들었어요. 모두가 안식년을 꿈꿨던 것 같아요. 딱 뒤에 근데 내가 지금 빠지면 예를 들어 수요일 지금 반주를 하고 계신데 나 이제 힘드니까 1년만 쉴게 해서 그 자리가 바로 채워지면 모를까 대형 교회는 그게 되거든요. 중 · 소형교회는 절대 안 돼요. 그러니까 몇십 년 20년씩 못 쉬고 계속 달리는 거예요. 코로나 터지니까 얼마나 좋아 저는 약간 그렇게 생긴 사회 현상이라고 보고 있어요. 그렇게 오래 다닌 사람들이 믿음을 잃은 게 아니라 이제 힘들었던 거지. 좀 약간 그런 마음도 있어. 왜냐하면 신앙이 깊었던 사람들도 좀 많이 나왔거든요.” (인포먼트 A) “맞아, 맞아.” (인포먼트 B)

교회 구성원으로서 자아정체성을 확정한 모태신앙인은 공동체 내 전반적인 관계 맺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교회에서 ‘마땅히’ 사랑을 받는 위치에 놓여있기도 하다고 주장한다. 모태신앙의 용례에서 알 수 있듯이, 어머니의 태에서 물려받은 신앙은 하나의 축복으로 여겨지는데, 그 존재 자체가 의의를 가지는 동시에 고유한 역할을 부여받음으로서 일종의 ‘특권’을 받는다고 여겼다.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외려 모태신앙인이라는 점 덕분에 정기적으로 교회를 다닐 수 있게 된 계기를 획득했다고 간주하기도 했다.

“모태신앙을 일종의 로열 패밀리로 취급했어요. 그냥 신자보다 더 신실하고 더 성실한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사역 같은 것도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인포먼트 I)

이미 탈교회를 진행한 이들의 일상은 ‘예배’와 완전히 분리되었다. 따라서 비이탈자가 하나의 루틴처럼 교회에 다니는 행동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들은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본 자신의 모습이 ‘나름’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 듯한 태도를 내비쳤다. 흥미로운 지점은 그들 스스로가 모태신앙인 점을 잘 인지하고 있자만 지칭할 때에는 ‘모태신앙인 사람들’ 혹은 ‘모태신앙인 분들’처럼 3인칭의 표현을 빌려왔는데, 그들이 모태신앙인을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심리적으로 타자화가 진행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모태신앙인 사람들을 보면 뭐랄까 가끔씩은 이거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조금 딱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왜냐면 어렸을 때부터 그런 자연스러운 폭이나 이런 결정에 대한 온전히 자기의 판단이라기보다는 좀 더 외부에서 유입되고 어렸을 때 교회에서부터 계속 주입을 받았던 그런 것들에 의해서 사고관이 많이 형성이 되고 거기에서부터 필연적으로 영향을 받고 그런 곳에서 약간 벗어나기 어려운 그런 상태로 체화가 되면서 자라왔으니까 그런 면에서는 조금 자율성이 부족하다라는 좀 느낌이 들어서 조금 딱하다는 느낌도 있는 것 같아요.” (인포먼트 G)

교회 공동체 내 관계 맺음이 신앙을 완전히 배제하고 진행될 수 없다는 특수성은, 두 기능 중 하나에 큰 역동이 발생할 시 나머지 가치관 또한 그 효용감을 잃을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능들은 교회의 참여 의의에 기여할 떄 또한 절대적으로 나누어지기보단 혼재되어 있기에 상호 간의 역할에 충분한 영향을 미친다. 위 A, B가 서술한 사례와 마찬가지로 서서히 교회 출석을 포기한 인포먼트 G는 처음에 마음이 뜨게 된 경위가 교회 내 목회자의 발언이었다고 증언한다. 해당 발언 이전에는 교회의 사회적인 기능을 많이 이용했던 G는 비록 신앙이 견고하진 않았더라도 자신의 의지 행위로 교회에 출석했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그의 ‘신앙 결정권’을 획득해가는 과정 중 가치관을 뒤흔들만한 사건이 또 하나의 새로운 인식 주체를 탄생시킨 것이다.

일부 목회자가 아닌 개신교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품은 이들도 있었다. 기존의 끊임없는 남성 권력화 및 위계적 교회구조의 고착화는 신자 간의 차별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교회에서 특정 성별에게 제한된 업무를 맡기는 것 또한 그 연장선에 위치하고 있다. 김진호(2018) 역시 여성지위의 주변화가 반복됨을 드러낸다. 그는 교회의 커튼을 언제 어떻게 빨 것이냐, 특별한 때에 음식을 뭘 먹을 것이냐 따위의 활동에서 그치는 여성의 영역을 비판한다.

“개인적으로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 좀 정치 성향을 나누는 건 아니지만 저는 조금 개방적이거든요. 왜 여자 장로는 안 돼?“ (인포먼트 B)

3. 실질적 행위로

교회 이탈 결정은 모태신앙인에게 결코 단순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신앙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되었던 간에 개신교는 항상 그들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종교가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여러 단면 중 하나로 인식되는 순간, 이를 인생에서 내쳐버리기 쉽지 않다. 본 연구진이 관찰한 교회 이탈자 중 많은 인포먼트들이 신앙적 무력감을 처음 느낀 시점과 실제 탈교회를 이행하기까지 시간적 갭(gap)이 있다고 응답했다.

“가기 싫은데 가야 하고, 자고 싶고 친구와 놀고 싶은데 부모님의 강압으로 다녔는데 (...) 처음 안 나가게 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에요. 부모님이랑 떨어져 지내다 보니까, 애들이랑 노는 것도 재밌고 해서 그 때 안가게 됐어요.” (인포먼트 C)

성장과정에서 구성된 개신교와 교회에 대한 인식, 종교적 갈등, 종교에 대한 의심, 영적 경험 등은 모태신앙인의 신앙 선택권을 형성하는데 주된 역할을 하였다. 이들은 비슷한 성장과정을 거치고 유사한 공동체의 시선을 받으며 자신의 신앙을 정체화하였지만 선택권의 행사는 각기 다른 양상을 보였다. 본 연구팀은 인포먼트들의 선택권을 크게 교회의 이탈과 비이탈로 나누었고 그 과정에서 이탈 또는 비이탈이 이루어지는 요소를 분석하였다. 또한 이탈과 비이탈 그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인포먼트를 포착하여 이탈과 비이탈의 복합적인 관계를 설명할 수 있었다.

“저 스스로도 교회에는 다니지 않지만 신앙은 남아 있기 때문에 혼자 제가 성격을 읽는다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솔직히 적극적인 신자는 아니기 때문에 그래도 뭔가 힘든 일이나 아니면 관련된 거 있으면 항상 기도는 하는 것 같고 이런 식으로 분리가 되었던 것 같아요” (인포먼트 G - 이탈 후에도 신앙적 기능 사용)
“저도 아직 기독교가 틀렸다, 평생 안 믿겠다가 아니라 내가 직접 알아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내가 이것을 믿을 만 한지에 대한 여러 경험을 한 다음에 기독교라는 종교를 믿을지 결정해야 할 것 같아요.” (인포먼트 H- 이탈 이후 재진입 가능성)

비이탈을 이룬 인포먼트 중 신앙적 요소로 인해 남게 된 인포먼트는 두명으로 모두 개인에서부터 신앙적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본다. 즉, 교회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위한 사회적 기능이 아닌 자신의 신앙을 위한 신앙적 기능을 선택하며 비이탈이 이루어 진 것이다.

“이제는 확실히 자발적으로 다니는 것 같아요. 코로나 때 온라인 예배를 드리면서도 당연히 (코로나가 끝나면)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영적경험을 한 이후 지금은 순수하게 제 의지로 다니고 있습니다.” (인포먼트 I)

하지만 물리적으로 이탈을 하지 않았지만 신앙적 기능과 사회적 기능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경우 역시 발견될 수 있었다. 이들은 자신을 개신교인으로 정의하지 않았으며 신앙이 없다고 정체화하고 있었다. 이에 더해 이들은 신앙의 부재에도 교회를 출석하고 있었다. 인포먼트 E는 어릴 적 습관으로 교회를 출석하지 않을 시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 하였다. 또한 현재 살고 있는 교회학사는 교회를 강제적으로 출석할 수 있어 오히려 마음의 안정이 있다고 하였다. 인포먼트 D 역시 교회에 출석하지 않으면 심리적인 가책을 느끼고 있었다. 매번 해오던 반복적인 실천이 멈추는 것에서 불안을 느끼고 있었지만 교회를 꾸준히 출석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이들은 습관에 의해서 만들어진 죄책감을 없애기 위해 출석하는 것이다.

“저는 개인적으로 신앙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좀 많이 빠져서 그냥 거의 없다고 느끼는 정도예요. 교회도 안 가게 되고 신앙도 안 지키게 되고 이것저것.” (인포먼트 D)
“저는 코로나 때 아예 안 갔다 했잖아요. 그때 저기 일요일이 되면 얘도 말했다시피 양심에 찔린 게 있었는데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근데 이제 강제로 여기는 갈 수 있으니까 나가기 싫은데 매일매일 아침에 일어나는 건 싫은데 차라리 낫다. 강제로 가서 가는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인포먼트 E)

본 연구진은 물리적 탈교회화를 기준으로 연구를 시작하였지만 인포먼트 D와 E를 통해 탈교회화는 복합적인 성격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인포먼트 C의 경우 교회를 가서도 설교를 듣지 않고 딴 생각을 하거나 조는 등 교회를 가는 행위만을 중요시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회에서 얻을 수 있는 사회적 또는 신앙적 기능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다. 이들은 사회적 기능과 신앙적 기능 모두를 사용하지 않고 있었지만 교회에 출석을 하고 있었다. 즉, 이들은 교회에서 직접적으로 얻어가는 것이 없이 습관적으로 출석하고 있었던 것이다. 교회에서 기대하는 것이 없어 심리적 이탈은 완전히 이루어지었지만 물리적으로는 습관으로 인해 탈교회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인포먼트 C와 G의 달교회화와 다른 양상의 탈교회화로 볼 수 있다. 심리적으로 아직 신앙을 가지고 종교인으로 정체화하는 인포먼트 C와 G에 상반되게 인포먼트 D와 E는 어떠한 종교적 이유도 없이 교회를 출석하는 자신을 무신앙인으로 정체화 하지만 죄책감으로 교회를 떠나지 못하는 경우다. 부모와 독립이 이루어지고 선택권이 주어진 이후에도 자발적으로 교회를 나가는 모습에서 종교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만 이들의 마음속에는 종교가 존재하지 않는 모순적인 존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 결론

본 연구는 ‘모태신앙인’이 성장 중 가정과 교회에서 답습하게 되는 외부적인 신앙과, 재구성을 통해 내면화된 신앙, 그리고 독립적으로 실현된 신앙 자아정체성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교회를 이탈한 신자들에 대한 기존 제언은 주로 부정적인 양상을 띄며, 그들을 수동적인 존재로 범주화하였다. 이에 연구진은 그들의 이야기를 보다 주체적으로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모태신앙인은 가정과 교회에서 신앙 교육을 받고, 신앙적 분위기를 학습하며 부모의 신앙을 자연스럽게 물려받는다. 낮은 신앙발달단계에 해당하는 유년시절의 인포먼트들은 주로 부모와 함께 교회를 출석하였으며, 교회를 '당연한 장소'로 인식하나, 일부는 자발적인 선택이 불가하다는 것에 반감 혹은 부담감을 느꼈다. 교회 내에서 모태신앙인은 기대의 대상으로 비추어졌으며, 인포먼트들은 기대를 충족 혹은 배신하는, 이원화된 행위를 보였다. 이러한 교회는 가정으로 연장되며, 가정은 일상적 교회로 기능하게 된다. 인포먼트들의 가족 구성원은 대부분 교회를 출석하고 있었으며, 가정 내에서 인포먼트와 신앙 문화를 공유하고 있었다. 신앙 문화에 거부감을 느낀 인포먼트는 부모와 갈등을 겪으며, 나아가 신앙적 믿음에 대한 의심을 갖기도 하였다.

탈교회와 신앙적 자아 정체감의 형성은 보다 다양한 층위에서 발생한다. 인포먼트들은 신앙과 교회를 분리하여 이해하며 교회 이탈 이후에도 기존에 형성되었던 신앙인으로서의 정체감 또한 지속적으로 삶에서 영위된다. 이처럼 교회의 이탈은 신앙의 소멸이 아닌 신앙 공동체로부터의 이탈로 보아야 한다. 이들은 ‘길 잃은 어린 양’이 아니며, 자신의 신앙을 형성하는 ‘과정’을 경험하는 중에 있을 뿐이다. 탈교회 또한 단순한 ‘이탈‘의 측면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닌 복합적인 역학관계에 얽혀 있는 일종의 ‘과정’이다. 개인의 신앙 형성 과정에서 신앙 공동체가 차지하는 부분은 절대적이며 그 속에서 구성되는 관계와 사건을 통해 이탈 여부가 결정된다. 종합적으로 미루어 봤을 때, 탈교회는 일차원적인 성격을 가진 것이 아닌 복잡한 관계로 구성되며 단순히 비판적인 시각으로 ‘길 잃은 어린 양’을 바라보는 것을 지양하고 이들이 자신만의 신앙을 구축하는 과정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탈교회 현상을 단순히 교회의 양적 퇴행이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신앙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본 페이지는 2023-1학기 문화기술지(ANT2101) 수업에서 이루어진 연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연구와 관련하여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권예솔(문화인류학과/yesolaaa@yonsei.ac.kr), 박동재(문화인류학과/djpark0912@gmail.com), 이서연(문화인류학과, 경영학과/lsylsylsy@yonsei.ac.kr), 안재윤(작곡과, 문화인류학과/keter117@yonsei.ac.kr)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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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s:

다음 제작자의 이미지로 제작됨: Fagner Martins - "Santa Catar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