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파크가 사라진다고요?
사회적 기업과 NGO, 협동조합 등 약 220여개의 '혁신' 단체들이 사회 문제의 해결과 공공성 추구라는 공통의 목표 하에 입주해있는 공간이자, 주민들이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도심 내 녹지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혁신파크가 사라진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지난 2022년 12월 서울시는 "혁신파크가 일부 단체에 의해 저밀도로 이용되고 있다"며, 개발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입니다. 서울시는 2030년까지 지금의 혁신파크를 '제2의 코엑스'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는데요.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업무 공간, 취창업시설, 주거 단지, 복합문화쇼핑몰, 60층 규모 랜드마크 빌딩 등을 조성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목표입니다.
혁신파크는 '공공 공간' 이었습니다. 물리적 경계 속의 고정된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존재들의 관계망 속 상호작용을 통해 끊임 없이 변화하고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혁신파크의 의미는 그곳을 사용하고 있는 주민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했습니다. 그렇다면 인류학은 혁신파크와 같은 '공공 공간' 개발 현장과 어떻게 마주할 수 있을까요? 인류학이 필드와 행위자들이 가지고 있는 구체성과 차이를 드러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인류학을 통해 공공 공간의 개발 정책 속 역동과 욕망을 포착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마주침 속에서 실천을 꾀하는 인류학 연구
우리 연구는 정책의 과정을 연구합니다. 특정한 정책이 진행되고 있는 필드에 진입한 인류학 연구자는 안온한 제 3자의 위치에서 필드의 풍광을 단순히 기록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특히 정책이 '공공성'을 다루고 있다면 더더욱 그래야 합니다. 정책 과정을 연구하는 연구자는 정책 과정을 이루고 있는 행위자들의 연결망에 새로운 행위자로 개입하게 됩니다. 연구 현장 속 다양한 존재들과 우연한 '마주침'을 겪게 되고, 그러한 마주침을 바탕으로 의미와 앎을 길어 올리기 때문입니다.
필드를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하는 연구 장소가 아니라, 인류학자들이 전략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한다면, 문화기술지는 특정 필드에 대한 이용 가능한 다양한 지식을 제공하고 장소 속 존재들의 삶과 역동을 풍부하게 드러낼 것입니다. 우리는 혁신파크를 '전략적 개입의 장소'로 여겼습니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공공성이란 무엇인가", "공공 공간의 변화는 어떤 방향성을 지녀야 하는가?", "현장에 필요한 정치적 개입은 무엇인가?" "무엇이 '시민'을 위한 '개발'인가?' 와 같은 질문에 대답하려고 했습니다. 개발 정책 속 관계의 지형을 탐구하고, 관계의 재편을 상상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정치적 개입의 지점을 발견하는 '가능성의 인류학'. 혁신파크 속에서 펼쳐진 야심찬 인류학에 대한 희망들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우리 연구는 다음과 같은 선행 연구에 기초합니다.
Winifred Tate(2020) "정책 만들기란 단순히 문제를 진단하는 것이 아니다. 정책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산되고, 정책 집행 과정에선 또 다른 문제가 돌출된다." -> 따라서 인류학자는 정책이 실제로 무엇을 행하고, 현장에서 어떤 작용을 일으키는지 물어야 합니다.
James Ferguson(1990) : 개발의 개념과 실천에 대해 분석하며, 정부와 기관이 말하는 '개발'의 의미를 추적한다. 남아프리카 레소토의 개발 현장에서 국제개발원조가 빈곤과 불평등에 대한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요인을 삭제한 채, 기술 제공을 중심으로 하는 해결책만 등장시키는 '반정치기계(Anti-Politics Machine)' 임을 지적. -> 혁신파크 개발 계획을 둘러싸고 정부와 행위자들이 말하는 '개발'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Lee(2018) :'사회혁신'과 '사회적 경제' 역시 일종의 개발 전략. 이러한 키워드는 1997년 한국의 금융 위기 이후 신자유주의가 전면화되며, 빈곤과 불평등에 대한 국가와 정치의 무용 속에서 부상함. 국가와 기업이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 문제가 제 3의 섹터의 몫으로 전가된 상황에서 등장하는 '사회혁신'은 기존에 국가가 지녔던 책무와 역할을 탈각시킴. 동시에 시민사회세력들을 정부와 동등한 통치 파트너로 포섭시키고, 한국 사회운동의 정치적 상상력의 상실을 초래했음. -> 사회혁신은 신자유주의적 조건 하에서 사회 건설을 추구하는 신사회적 정부/개발의 일환일까요?
혁신파크 개발의 동인, 통치성과 '낙후'의 감각
"솔직히 말해서 은평구 너무 후졌어. 진짜 후졌어. 서울시 자치구 중에 여기가 꼴찌야 꼴찌. 제 일 가난하고 제일 후지고. 왜 그런 줄 알아? 은평은 계속 진보 정치인들이 집권했거든. 걔네가 개발을 못하게 하니까 이꼴 이모양이잖아. 내가 친구들이랑 다른 지역에서 모임하고 돌아오면 진짜 사람들 옷 입은거부터 후지다니까. 솔직히 말해서 여기 주민들 얼마나 찬성하겠어? 9대 1 이야. 여기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 집 가지고 있는 사람들다 집값 오른다고 좋아한다고. 공원 좋지, 아름답지. 근데 그건 너무 순진한 이야기고. 하려면 2년 연장? 그런 현실적인 어프러치를 하라고. 순진하게 말이야. 큰 빌딩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또 반대할지 몰라. 근데 주변 사람들? 다 찬성이야." - 한상추(은평구 주민)/ 연구자의 0601 참여관찰 일지 중
혁신파크 개발 계획에서 '개발'이라는 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은평구는 '낙후' 되었다는 문제의식이 양산되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 앞에 박원순을 비롯한 사회혁신 정책의 행위자들이 조성한 혁신파크는 개발을 잠시 '유예'한 것에 불과했습니다. 혁신파크는 박원순 표 '개발'의 현장이었습니다. 즉 인간과 공간의 역량 강화를 추구하려고 하는 일련의 과정을 넓은 의미의 '개발'이라고 정의할 때, 혁신파크는 '사회'와 '공동체'라는 수사를 내세우는 새로운 개발, 즉 신자유주의적 기업가주의와 사회적 유대와 공존, 투자적 합리성이 결합된 개발의 현장이자 통치의 '장치(dispositif)'였던 것입니다.
혁신파크와 접합되어 있는 '개발'은 다른 한편으로 혁신파크가 '통치성'이 발현되는 장소가 되게 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경관과 생계를 개선하려는 시도에 초점을 맞춰, 전문가들이 문제를 진단하고 개입을 고안하는 관행과 개혁의 대상이 된 사람들의 행동을 추적하는 Tania Murray Li(2007)는 미셸 푸코의 이론에 기대어, 인구의 복지, 상태, 개선, 부의 증가, 장수, 건강 등을 확보한다는 표면적 목표 달성을 위해 모든 개인들의 욕구를 교육하고, 습관, 열망, 신념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예속화하는 것이 일종의 '통치'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혁신파크 부지를 둘러싼 끊임없는 개발의 움직임, 즉 혁신파크 조성과정과 사회혁신을 중심으로 했던 운영, 현재 서울시의 개발 정책 역시 통치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지속적인 개발의 움직임과 추동이 사람들로 하여금 개발 욕구를 내재화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개발의 의지는 개별 시민들의 삶의 (당연한) 조건으로 깊숙이 형성되어 있으며, 이 당연함을 가능케 했던 것은 '낙후'라는 감각입니다.
"개발 반대 운동 그런거 하면 안 돼요. 여기 개발된다 된다 하고 안 된게 몇 년인데요. 40년이 에요 40년. 여기가 개발되어야 주변 지역이 발전되지. 은평은 꽁치야 꽁치. 완전 핫바리라고. 공 원은 저기도 있고 여 앞도 있고. 여기 사람도 안 오고 와봤자 전부다 개새끼들이야 개새끼...이 제야 좀 개발하겠다고 하는데 왜 반대해." - 양당근(은평구 주민)/연구자의 0601 참여관찰 일지 중
하지만 이러한 지적의 목적은 박원순 시정의 혁신파크 조성에 숨은 의미를 드러내어 그것을 비판하겠다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정의 혁신파크 조성 및 운영과 현재 서울시의 혁신파크 부지 개발 정책을 완전히 같은 선상에 놓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박원순 시정의 개발과 통치는 그 전략에 있어서 '시민'을 중심에 두었으며, 시민들은 통치의 현장 속에서 새로운 의미와 연결-예컨대 혁신-을 생산해내었기 떄문입니다. 이는 성장 일변도의 토건 개발을 추진하는 현재 서울시와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혁신파크는 '개발'이라는 키워드와 단 한 순간도 떨어져 있지 않았으며, 다만 재개발 및 재건축 중심의 기존 패러다임의 '유예'만 존재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현재 서울시의 개발 계획은 박원순 시정의 의 '유예'가 풀린 후 다시금 등장한 기존의 개발 패러다임이며, 이 속에서 '공공'의 의미는 다시금 그 자리를 잃게 됩니다.
그럼에도 존재하는 공공 공간의 관계망을 유지하려는 노력
허나 내재화된 개발 욕망 속에서도 공공 공간의 가치를 생산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개발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쓸모 없고 빈 공간을 마주침의 공간으로 전유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럼으로써 혁신파크는 다양성이 넘실거리는 녹지·공공 공간이라는 새로운 공간적 의미를 얻게 되었습니다. 혁신센터로 대표되는 사회혁신의 연결망은 빈 공간을 ‘안전한 공간’으로 유지하며 의미의 전환 속에 함께 했습니다. 즉 ‘혁신파크’라는 공간의 의미를 규정하려고 하는 정책은 끊임없이 등장 했으나, 결국 공간의 의미는 공간 사용자들이 물리적 환경, 지역사회, 사회적 이슈들과 상호작용 하며 구축되었습니다. 탑-다운의 방식으로 인구를 규제하고자 하는 기술적이고 합리적인 도구(Shore and Wright, 1997)인 정책은 여러 담론과 행위자와 결합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의미와 결과를 생산해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때도 말씀드렸다시피 휠체어 사용자분이 눈에 띄게 늘었어요. 그분들이 사실 많아진 게 아니 고 원래 있었는데 갈 곳이 없었던 거죠. 그래서 장애인 차도 많이 들어오게 되고 그런 좀 뭔가 안 보이던 게 보인다는 거는, 사실 새로 생긴 게 아니고 시스템이 안 보이게 했던 거잖아요. 근 데 공유지 하나로 이렇게 나왔다는 게 저는 좀 그것도 좀 의미가 있는 것 같거든요.” - 지혜 의료살림복지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입주단체)
하지만 그럼에도 정책은 주민들의 역동성과 관계없이 여전히 공간의 물리적 성격을 완전히 변화시킬 역량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혁신파크를 둘러싼 일련의 정책 과정에 대해 비판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연 서울시의 정책은 주민들이 공간 내에서 ‘공공성’을 고민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주었는가, 더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공간이 실험과 실패를 거듭할 기회를 주었는지를 물을 필요가 있습니다.
"도시 속에 있는 공간을 변화시킬 때는 당연히 공론장을 열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이 공간은 이렇게 갔습니다. 그동안에 이러이러한 논란이 있었다. (중략) 이 토지를 그래서 우리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의 구상안은 이렇지만 공론회장을 통해서 한번 저기 시민들의 의견을 물어보겠다고 하면서 공론의 장을 먼저 열어야 된다고 보는 거거든요." - 이주원 전 국토부 정책보좌관(과거입주단체)
문화학자 김항(2014)은 “개인이나 특정 집단에게 귀속된 유형·무형의 무언가를 ‘모두의 것’으로 탈환하여 제도화해온 실천”을 ‘공공’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혁신파크를 이용하는 사람 들에게 ‘공공’의 의미와 가치를 고민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을까요. 혁신파크는 누구의 것인지, 실제로 소수의 시민단체와 NGO만의 것인지, 서울시의 것이라면 그것이 왜 주민의 것이라 말할 수 없는지, 혁신파크를 ‘모두의 것’으로 탈환하기 위해선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모두의 것’ 으로서 혁신파크는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지, 정책은 공간 사용자들이 이러한 고민들을 펼쳐 낼 시간을 보장하지 않았습니다. 혁신파크는 단지 4년이라는 짧은 정책 주기에 맞추어 개발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뿐이었습니다. 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혁신파크를 개발하겠다는 갖가지 공약이 혁신파크 주위를 맴돌았고, 새롭게 재편된 서울시의 권력은 손쉽게 혁신파크 내에 존재하던 다양한 역동과 가능성들을 지워내고, 그 자리를 자신들의 욕망으로 채워 넣으려 했습니다. 다양한 욕망들의 견제가 내려앉은 혁신파크는 작은 실수도 용납할 수 없는 공간이었습니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공간에서 밀도 있는 고민들이 오가는 것을 꿈꿀 수는 없습니다. 정치와 정책은 혁신파크의 꿈과 상상을 허용하지 않은거죠. ‘공공 공간’의 관계망은 주민들과 공간 사용자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어낸 혁신파크의 상상 중 하나였습니다.
“편하게 쉴 수도 있고, 일할 수도 있고, 여기에 오늘 사람들끼리 교류하고 협업할 수 있으면 좋 겠다. 근데 이제 우리가 운영해 보니까, 우리의 키워드는 안전이에요. 여기 오면 내가 무슨 말 을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중략) 세대가 만날 수 있는 공간이거든요.”- 로리주희 서울 성평등활동지원센터장(중간지원조직)
혁신파크와 '쓸모'의 가치
한편으로, 혁신파크 개발 계획과 이에 반대하는 움직임은 ‘쓸모’라는 기준을 다시 사유토록 합니다. ‘서울시’는 “지난 10년 간 일부 단체에 의해 저밀도로 이용 되면서 부지의 잠재력에 걸맞은 거점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서울시, 2022)기에 혁신파크는 개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혁신파크가 제 쓸모를 다하지 못하고 있으니, 쓸모없는 공간은 개발되어야 마땅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는 것이죠. 이에 맞서 혁신파크 개발반대위원회는 혁신파크는 여전히 ‘쓸모’있 는 공간이라고 반론하고 있습니다. 상호 간의 연결을 바탕으로 사회혁신의 ‘임팩트’가 발생하고 있는 공간이며, 주민들이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안전한 휴식 공간으로서 쓸모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논리의 대항은 위 기술지를 관통하고 있는 주요한 대항 축이기도 했습니다. 국가 주도의 발전주의의 역사 속에서 탄생한 대한민국에서 쓸모나 필요성을 기준으로 특정한 공간의 보존이 나 개발을 논하는 것은 지금껏 지극히 상식적인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쓸모’의 논리와 결별할 수 없을까요? 혁신파크는 우리 사회를 지탱해온, 신성불가침의 것으로 여겨졌던 쓸모의 논리와의 결별을 상상하게 합니다. 혁신파크 참여관찰 중 만난 독서모임의 한 주민은 제게 “이제 서울에 필요한 건 빈 공간이지 않을까요?”라는 말을 건넸습니다. 과밀화된 도시 개발 속에서 낮은 건물들이 듬성듬성 있으며, 오래된 나무가 그늘을 만드는 혁신파크에서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는 말을 이어 붙이면서 말이죠. 해당 주민의 말은 일견 타당해 보입니다. 제가 어릴 적만 해도 동네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공터, 다시 말해 빈 땅은 이제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개발의 욕망은 작은 유휴부지도 가만히 놔두지 않았어요. 빈 땅의 상실 은 상상할 공간의 상실과 다르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눈에 쓸모 없다고 여겨지는 공간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실험과 연결이 가능한 공간으로 여겨질 것입니다. 빈 공간에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넣는 사람들 덕분에 빈 공간은 텅 비어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 될 것입니다.
“정말 동네 애들 다, 특히 어린애들 있잖아요. 어린애들은 자전거 타고 킥보드 탈 만한 평지도 없거든요. 그래서 정말 다 여기 나와서 킥보드 타고 자전거 연습하고 농구하고 운동하고, 그리고 여기 요즘에는 이제 약간, 제가 보기에 이 동네 유행인 것 같은데 애들 생일 파티를 여기서 되게 많이 해요. 야외에 이렇게 가든처럼 해가지고 다 꾸며가지고. 그 냥 저는 몇 번을 봤어요. 올해만 그런 식으로 약간 좀 동네 트렌드가 여기는 이제 애들 가든 생일 파티 장소로 많이 이용이 되고 있습니다.” - 박자영(은평구 주민)
저와 인터뷰를 진행한 서울프린지네트워크의 백교희는 “도시 공간을 기획한다는 것 자체가 되게 오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어요. 공간에 활력을 부여하는 건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인데, 공간이 기획대로 흘러간다면 그 공간은 실패한 것이며, 사람들이 공간을 만들고 변형해야 성공한 공간이라는 설명을 덧붙이면서 말이죠. 국가의 계획과 정책이 우리 삶의 다양한 부분들에 영향을 주지만, 결국 정책에 역동성을 부여하는 것은 정책의 ‘대상’으로 여겨졌던 존재들의 움직임일 것입니다. 계획과 정책이 기대했던 바대로 도시 공간의 모습이 형성되는 것은 어쩌면 해당 지역사회의 ‘역동 없음’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더하여 혁신파크가 기존의 정 책이 목표했던 방향대로 흘러가지 않았던 것은, 끊임없이 변주를 거듭하여 여러 샛길들을 만들 고 공공 공간의 관계망을 구축했던 것은 어쩌면 혁신파크를 둘러싼 관계망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일 것입니다.
인류학이 나아가야 할 길
본 연구는 실천적 인류학의 계보 아래, 필드 내 행위자들과 마주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마주한다는 것은 단지 물리적인 존재를 응시하는 것 뿐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펼쳐지는 삶과 활동들과 지혜들을 마주하는 것과 같습니다. 연구자의 의무는 이러 한 마주함과 충돌을 바탕으로 필드 내 행위자와 더불어 지식생산의 장을 꾸려가는 것입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의무에 충실하려고 애썼습니다. “예측 불허의 상황이 거듭 발생하는 정책 결정 과정 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관찰자·비판자인 동시에 참여자·연루자이기도 한 ‘우리’의 감각 을 날카롭게 벼릴 수 있는 접근(조문영, 2022 ; 빈곤의 인류학 연구팀, 2023에서 재인용)"을 찾으려 했습니다.
그 결과 본 연구는 혁신파크 내에서 일종의 행위력을 가진 새로운 행위자로 작용한 듯 합니다. 연구자들은 수개월간 필드를 휘젓고 다니며, 수많은 연결들을 감지하고, 끊어짐을 찾았습니다. 대다수의 연구 참여자들은 연구자에게 “그 사람도 만나봐요”, “그 쪽이 되게 중요할 거예요”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현재 입주단체와 혁신센터, 과거 입주단체와 주민들을 상대로 한 인터뷰는 연구 참여자들로 하여금 서로간의 연결성을 고민하게 한 것입니다. 이렇게 본 연구가 불어넣은 활력은 혁신파크 개발 주민 반대 운동과 혁신파크 2년 연장 운동을 마주하게 했습니다. 그렇게 혁신파크 개발은 갈등과 경합이 존재하는 새로운 막에 들어선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온 세계와 그들이 살아온 세계가 만날 때, 그 충돌은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합니다. 인류학이 해야 할 일은 세계와 세계의 충돌 과정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일이라는 믿음을 다시 새깁니다.
연구자 소개
본 포스트는 2023-1학기 문화기술지 강의에서 이루어진 연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연구와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거나, 연구 보고서 전문을 원하신다면 heungjun18@yonsei.ac.kr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연구에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우리 연구가 참고한 문헌의 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 학위 논문 및 학술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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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2022, “서울혁신파크 부지활용 마스터플랜 수립”, 서울시 공공개발기획단.
서울시, 2022, “서울시, 서울혁신파크 부지에 코엑스급 규모 '직(職)·주(住)·락(樂) 융복합도시' 만든다”, 서울시청 미래공간기획관.
서울시, 2023,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에 '서울링 제로' 조성...'25년 착공 목표”, 서울 시 미래공간기획관
이승훈, 2022,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부지, '융복합도시' 탈바꿈", 『이코노미스트』: 40-41
- 신문기사
강승태, "GTX-A에 서부선·서울혁신파크 개발까지", 매일경제, 2023.03.10.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감시단, “17개 시·도지사 후보, 너도나도 개발공약 남발”, 2023.05.26.
내손안의서울, “노들섬을 '예술섬'으로...디자인 혁신으로 서울을 바꾼다!”, 2023.02.09.
엄지원, “서울시 조직개편안 윤곽 복지·안전↑ 토건·전시↓”, 한겨레, 2011.11.30.
정민구, “서울 은평구 산새·편백마을, 오세훈표 재개발 후보지에 선정”, 오마이뉴스, 2023.01.13.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은평뉴타운 알파로스 개발사업 최종 무산”, 중앙일보, 2013.07.02.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은평뉴타운 알파로스 개발사업 최종 무산”, 중앙일보, 2013.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