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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 걸으려다 <명산 100>에 빠졌어요” BAC 피플-박진경

산의 마력.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그 힘에 빨려드는 계기가 있다. 박진경 씨는 도봉산에서 그 경험을 했다. 남편과 말다툼하고 울적한 마음을 달래려 둘레길로 들어섰다가 우연히 도봉을 만났다. 그리고 그 풍경에 반해 시작한 블랙야크의 <명산 100>. 2년 반 만에 83개의 명산을 오르며 산력을 키워가고 있다. 영어를 전공하고 영어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도 취득한 그. 겨울날, 북한산 취재산행 후 가벼운 막걸리를 곁들이며 활달하고 긍정의 기운이 넘치는 그의 산 이야기를 들었다.

둘레길을 찾았다가 길을 잘못 들어 정상까지 가게 됐다고요.

2년 전인 2019년 4월 28일 봄날이네요. 남편과 말다툼하고 친정으로 도피(?)했어요. 결혼 20여 년을 헌신한 게 이거냐 싶었지요.(웃음) 마음을 달래려 엄마에게 ‘어디 걸을 데 없냐’고 여쭤보니 도봉산 근처의 둘레길을 추천하시더라고요. 이튿날 가까운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무작정 도봉산역으로 갔어요. 한참을 걷다 보니 산길이 점점 가팔라지는 겁니다. ‘둘레길 경사가 왜 이리 세지?’ 하는 의문이 들었을 땐 이미 늦었죠. 길을 한참 잘못 든 상태였거든요. 그냥 오기로 계속 올라갔어요.

아마도 아름다운 봄날이라 가능한 시도였겠죠. 당시 산행 경험은 어느 정도였나요?

완전 초보자죠. 산린이요. 그날 엄마의 낡은 운동화와 일반 점퍼, 그리고 평상복을 입고서 올랐어요. 초보자가 그 험한 돌길을 홀로 올라갔으니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헉헉거리며 마당바위에 도착해 정상인 줄 알고 기뻐하는데, 사람들이 거기는 정상이 아니라는 겁니다.(웃음) 크게 좌절했지요. 하지만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그래 누가 이기나 해보자.’ 하며 네 발로 나무 잡고 바위 잡고 그렇게 그렇게 힘겹게 정상까지 올라갔어요.

아름다운 봄날에 우연히 둘레길을 찾았다가 도봉산을 올랐군요. 정상에서의 느낌은 어땠나요.

마지막 계단을 올라서며 깜짝 놀랬어요. 탁 트인 조망과 암벽, 눈앞의 자운봉 그리고 눈 아래에 보이는 풍경들에 입이 딱 벌어졌어요. ‘대한민국에 정말로 이런 곳이 있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높은 곳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자연은 제 사십 넘은 인생에 처음이었거든요.

도봉산의 아름다운 풍경에 반하셨군요. 그러면 도봉산 이전엔 다른 산을 오른 적이 없나요?

있긴 있어요. 하지만 집 근처 청계산을 몇 번 오른 게 전부였어요. 어느 해엔가는 남편이 새해 아침 일출을 보러 가자고 해서 새벽에 어린아이들 셋 데리고 길을 나선 적도 있어요. 돌계단은 왜 그리도 많던지요. 너무 어렸던 막내는 울고, 그 막내를 달래며 업어주며 힘들게 올라갔던 것이 첫 산행입니다. 눈길에 쫙쫙 미끄러지며 올랐으나 그날 날씨 때문에 해돋이는 못봤구요. 고생만 하고 내려오며, 청계산에 해돋이를 보며 한 해 소원을 빌자고 했던 남편에게 바가지를 엄청 긁었네요.(웃음)

남편분과는 그때의 추억으로 즐거운 대화가 되겠군요. 블랙야크의 <명산 100>을 도전하게 된 계기는요.?

그때 도봉산 신선대에 올랐을 때 블랙야크 <명산 100> 도전 중인 분을 만났어요. 그분이 블랙야크 <명산 100>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셔서 BAC Challenge도 하게 되었어요. 도봉산에서 본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서지요.

블랙야크의 <명산 100> 첫 산행지는 어느 산인가요?

도봉산을 오른 몇 주 지난 2019년 5월 중순 무렵이네요. 첫 산행지는 청계산을 택했어요. 집에서 제일 가까운 100대 명산이거든요. 집 근처라 부담이 적었어요. 일요일 오후 혼자서 죽음의 매봉 계단들을 헉헉거리며 정상까지 갔지요. 매봉 인증석 앞 BAC 인증 긴 줄에 서서 제 뒤에 계신 분께 사진 찍어달라 청하고 저도 그 분 사진을 찍어드렸어요. 제가 첫 인증이라고 하니 많이 축하해 주시더라고요. 산악회에서 온 분들은 검은 타올을 들고 인증석 옆에 서 있는 저를 보고 ‘블랙야크 모델이냐.’고 했던 농담에 기분이 아주 좋았던 첫 인증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파릇파릇 했었나봐요.(웃음)

지금도 청춘 같아요. 물론 등산을 한 덕분이겠죠. <명산 100>을 도전하면서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겼나요?

산에 다녀오면 즐거워요. 그 긍정의 기분이 가족에게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가족들은 제가 찍은 사진들을 ‘강제로’(웃음) 봐야 하는 고통을 겪겠지만, 산행 중 만난 멋진 광경을 얘기하다 보면 즐거운 기운이 우리 가족에게도 선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매주 산행을 하게 되면서 일상생활에서도 변화가 생겼을 것 같은데요.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이전엔 예쁜 원피스 등에 관심이 많았어요. 이젠 물 건너 가버렸네요. 옷을 사러 가도 등산복만 눈에 들어와요. 물론 등산복도 저렴하진 않지만, 부인이 옷 없다고 투덜대지 않으니 남편은 좋을 듯합니다.(웃음)

걷는 일도 일상화됐어요. 이전에는 짧은 거리도 대부분 버스를 이용했지만, 요즘은 늘 걷는답니다. 주말에 ‘편안한’ 등산을 위해 평일 걷기 목표도 세웠는데요. 하루 10km 걷기랍니다. 올해는 115일을 10km 넘게 걸었어요.

평소 하루 10km 걷기는 쉬운 일이 아닌데요. 그렇게 평소 운동을 하면 산행이 더욱 즐거워지겠네요. 산행 기록은 어떤 식을 남기시나요?

산행 후 큰 즐거움은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일입니다. 블로그 운영을 하며 즐거웠던 일상을 정리해 볼 수 있게 되었어요. 산행 위주의 블로그이다 보니 갔던 곳, 그 장소에서 있었던 일, 힘들었던 일 등을 추억을 넘어 잊히지 않는 기록으로 고스란히 남기고 있어요. 블로그 명칭은 ‘지구나그네 지나’(https://blog.naver.com/tonygina)입니다. 많이들 놀러와 주세요.(웃음)

블로그를 살펴보니 꼼꼼하고 성실한 포스팅이 눈에 띕니다. 블로그 소개에 자신을 ‘걷기를 좋아하고, 산행을 즐기는 관광통역안내사’라고 쓰셨는데요.

관광통역안내사 준비도 하고 있어 블로그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어요. 사실 관광은 쉽고 재미있어야 하는데 산행은 일반인들이 하기에 쉽지는 않지요. 문화재를 관람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사진 찍는 일반적인 관광과는 또 다른 의미죠.

그러나 산행을 좋아하는 사람들, 특히 요즘 들어 산행에 관심이 많은 MZ 세대들에게 사진 찍으면 좋을 장소도 소개해주고, 등산 코스, 대략적인 산행 거리 및 시간 등도 안내해 주기 위해 많이 노력합니다. 제가 <명산 100>을 하며 보고 느꼈던 것들은 생생한 기록으로 영원히 남길 겁니다. 이 외에도 제가 다녀온 여행지도 소개하고 있어요.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블로그를 보면 포스팅 앞 부분에 대상 산에 대한 느낌을 영어로도 한 문장 소개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던데요.

맞아요. 블로그에 부담없이 영어 한 문장으로 그 산을 소개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최근에 다녀온 동강의 백운산을 ‘그 산은 정말 경사가 급해서 조심해야만 했어. The mountain was very steep so I had to watch out.’ 이런 식으로요.

외국인들에게는요, 산은 우리 민족에게 너무 중요한 자연유산이자 나라를 지키기 위한 장소였음을 알려주고 싶어요. 지리적 위치로 인해 늘 외부 세력에 침입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우리 민족이 산을 얼마나 전략적으로 활용했는지는 여러 가지 산성을 통해서도 알 수 있지요. 또 산속에 자리한 사찰의 아름다움도 알려주고 싶어요. 외국인들에게는 100명산 중 북한산과 한라산, 그리고 설악산은 꼭 보여주고 싶네요.

현재 직업은 영어와 관련된 분야인가요?

뒤늦게 영어교육으로 석사 후 중등 영어 교사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하지만 기존에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던 티칭에 대해 미련을 접고 작년에 영어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활달한 제 성격, 뭔가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나누고 싶은 제 성향과 맞았거든요. 코로나 이후 외국인 관광객을 안내하길 원하며 그때를 대비해 열심히 체력 단련 중이랍니다. 현재 하는 일은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교수님들을 도와 영어학부 4과목의 튜터를 맡고 있어요. 종종 영어 과목에 출연해 과목 촬영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뭐 빼어난 미모는 아니구요.(웃음)

미국에서 공부한 적도 있으신데요. 당시에도 우리나라의 산 풍경이 그립던가요?

이상하죠? 산에 관심이 전혀 없을 때도 우리 산은 늘 뇌리를 떠나지 않았어요. 잠시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에도 제일 보고 싶은 것이 우리나라 산이었죠. 물론 당시에도 등산 관심은 1도 없었지만, 너무나 평평한 미국 동부의 지루한 풍경과 달리 한국에서는 늘 눈만 돌리면 바로 거기에 산이 있었기에 그런가봐요. 한국에 돌아와선 산들이 또다시 저에게는 머나먼 풍경의 일부가 되었지만, <명산 100> 도전을 시작한 후엔 우리나라의 60% 이상이 산이고, 너무나 아름다운 산이 많다는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요.

산을 전혀 모르던 분이 짧은 시간에 <명산 100> 완등을 앞두고 계신데요. 도전을 지속하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요?

산 위에서 보는 멋진 풍경이 너무 좋아요. 산행하는 내내 숨이 너무 차고 뻐근해지는 다리 근육으로 인해 쥐가 날 정도로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 고통 이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은 산을 오르지 않고는 절대 느끼거나 볼 수 없는 광경이잖아요. 그리고 인증한 산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해냈다’는 성취감에 한 주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어요.

아름다운 풍경과 성취감이 도전을 계속하게 하는 힘이군요. 산에서 배운 것이 있으신지요?

<명산 100>을 도전하시는 분들께 배울 점이 정말 많아요. 특히 환경쪽으로요. 부끄러운 기억 하나 말씀드릴게요. 25번째 인증지인 백덕산에 ‘서울대 나무’라고 있는데요. 나무 위에 올라서라며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어떤 분의 말씀에, 약간은 꺼려졌지만, 사진 한 장 찍는 것이야 괜찮겠지, 하며 사진을 찍었어요. 그리고 이 사진을 인증 앱에 함께 올렸는데, 우연히 어느 분이 이 사진을 보시고 충고를 해주셨어요. ‘나무들이 그리 휜 것은 사람이 아픈 것처럼 암에 걸렸거나 아프기 때문’이라며, ‘그런 나무에 올라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는 아주 정중한 충고였지요. 순간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어요. 이후엔 더욱 자연보호에 신경쓰고 있어요.

지금은 부산에 사시는 그 분과는 BAC 인증 앱에서 서로를 응원하고 댓글도 서로 달아주는 좋은 관계가 되었어요. 직접 만나뵙진 못했지만, 100명산 도전하며 존경하게 된 분이세요. 산행을 하며 늘 다른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까지 주워오시는 그 분의 활동을 보며 자연을 더 아끼고 경외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어요. 그분은 꼭대기 님입니다.

자연을 더욱 아끼게 되는 계기가 있었군요. 산행 중 어려움을 겪은 적은 있으신지요?

식구들에겐 산행 중 있었던 힘든 일이라든지 부상당한 이야기를 잘 안 해요. 너무 걱정하기 때문이죠. 이건 아직 식구들에겐 비밀인데요. 지난 가을 방태산에서 조난당할 뻔한 경험이 있어요. 안내산악회 버스를 타고 이동해 함께 산행을 시작하지만 가끔 따로 떨어져 가도 등산 앱에 의지해 70개 넘는 명산을 잘 인증해 왔었기에 그 날도 앱만 믿고 있었지요. 그런데 길을 잘못 들고 희미한 길을 따라가다가 나중엔 길도 없고 엄청 가파른 지점에서 나뭇가지들이 뒤엉켜 앞을 가로막는 사태가 발생했어요. 나뭇가지들에 둘러싸여 오도가도 못한 상황이 되었지요. 아래로 두두두둑 굴러떨어지는 돌에 나도 저리될 수 있겠구나, 하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지요.

방태산 가을 단풍에 한눈을 파셨나봐요?

그런가봐요. 휴대폰도 먹통이 되고 앱의 오작동으로 내 위치가 어디인지 어디가 길인지도 잘 알 수 없었어요. 설상가상 보조배터리도 버스에 두고 왔는데 배터리는 점점 더 소진되고요. 잘못하면 이대로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극심한 공포심에 사로잡혔어요. 결국 더 이상 산행을 진행하지 못하고 두려움에 떨며 겨우겨우 왔던 길을 찾아 다시 들머리로 내려왔던 아픈 기억이 있어요.

이런 상황이 되지 않기 위해 미리 산행기도 읽고 다른 사람들의 트랙도 살펴보고 등산 앱을 사용하고 하는데 막상 휴대폰이 안되고 앱이 오작동을 하니 너무 위험했어요. 급히 서두르기보다는 안전하게 길을 잘 봐가며 산행을 해야겠다는 큰 교훈을 얻게 되었어요.

산에선 겸손과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소중한 경험을 얻으셨군요. 가정에선 세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로서 일요일마다 나서는 <명산 100> 도전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제가 워낙 가족 식사를 잘 챙기는 편입니다.(웃음). 우리 식구들은 아침 식사를 꼭 하거든요. 새벽 일찍 출발해야 하는 100대 명산 도전이니 저의 부재가 가족들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도 모두 저를 적극 응원해줘요. 그래서 평상시에 더 잘하려고는 하는데 워낙 일도 많고 배움의 욕심도 많으니 늘 부족하게만 느껴집니다.

<명산 100> 도전에 가족의 이해가 큰 도움이 되었군요. 남편분이나 아이들에게 산행을 권해보셨지요.

물론이죠.(웃음) 정말로 ‘극심하게’ 등산을 거부하는 딸을 제외한 남편과 큰아들, 막내아들까지 BAC 명산 100 인증에 모두 함께하도록 유도했는데,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모두들 열정적이지는 않네요. 그래도 현재 저는 블로그 관련 교육도 받고 등산과 관련된 블로그 운영에 집중하고 있어서 가족들도 모두 저를 응원 중입니다. 가정생활과 등산, 이 두 가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지혜롭게 해야 할 듯해요. 남편은 원래 걷기를 좋아하는 성격이에요. 서울지사로 파견된 경상북도 공무원이데요. 서울 둘레길도 완주했어요. 결혼기념일엔 주왕산 주봉도 같이 올랐구요.

도전 산행을 하면서 얻은 별명이 있으시다고요.

스스로 ‘건강한 돼지’라고 불러요.(웃음) 산행을 하게 되면 살이 빠지고 다이어트가 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게 저에게는 적용이 안 되더라구요. 워낙 먹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산행 후 마시는 먹는 파전 같은 음식과 막걸리가 저를 ‘건강한 돼지’로 만들었어요. 올해 목표 중 하나가 5kg 빼는 다이어트였으나 역시 또 실패했어요. 산행으로 얻은 것은 포동포동한 살과 막걸리 마시는 실력, 그리고 10개 인증 단위로 받을 수 있는 인증 패치들입니다. 막걸리는 산에 다니면서부터 좋아하게 됐어요.

산과 관련된 명언 중 좋아하는 말이 있으신지요.

산행을 하면서 산악인 조지 말로리가 했던 명언 “산이 거기 있어서 오른다.”라는 말이 너무 좋아졌어요. 주변에서 왜 또다시 내려올 산을 힘들게 올라가느냐고 많이 묻거든요. 그럴 때마다 생각나는 명언입니다. “산이 거기 있기 때문이야.” 뭔가 멋져 보이지 않나요?(웃음) “Why did you want to climb Mount Everest?” “Because it is there.”

어느 산을 가장 좋아하시는지요. 이 질문은 식상하지만 빼놓을 수 없네요.

설악산입니다. 아직도 산행 초보인 저에게 설악산은 왠지 나중에 어느 정도 경력이 오른 후 가야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지난 가을, 우연한 기회에 설악산을 70번째 인증지로 가게 되었어요. 새벽 3시에 시작한 산행이었지만 해가 뜨는 설악산의 웅장한 모습과 운해를 보며 왜 사람들이 설악산을 다녀오면 설악앓이를 한다는지 알게 되었어요. 설악산에서 본 멋진 암벽들과 새벽녘 운해가 아직까지도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명산 100> 피날레를 장식하고 싶은 산은 사람마다 다양한데요. 어느 산을 꼽고 계신지요?

민주지산을 생각했어요. 이유는 아주 단순하구요. 우리 다섯 가족 중 아직까지 BAC 인증에 한 번도 발을 담그지 않은 딸 이름이 민주예요. 엄마 완등식 때는 꼭 와서 축하해 준다고 했는데 그때 오면 BAC 인증에 발 담그고 저와도 함께 산행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민주지산은 오르기에 힘겹기도 하고, 여러 사람들이 축하해 주며 사진을 찍기엔 정상석 앞쪽 공간이 좁아 마지막 완등지로는 좋지 않다고 비추천하더라구요. 그래서 현재 최종 인증지는 민주지산과 거리가 가깝고 사진찍기에도 정상이 넓다는 칠갑산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모르죠. 가족회의에서 또 바뀌게 될지요.

블랙야크 <명산 100> 도전을 완수했을 때의 느낌은 어떨까요?

이제 20산 조금 넘게 남았는데요. 사실 완등 후 기분이 어떨까 하는 실감은 안 나요. 아직까지도 10산 단위로 받는 예쁜 색깔의 패치들을 받는 것에 저는 너무 만족하거든요. 다만 더이상 받을 패치가 없으니 많이 아쉬울 것은 같아요. 100이라고 쓰인 황금색 패치를 받고 나면 그동안의 힘겹고 어려웠던, 그러나 그 안에서 만났던 많은 소중한 인연과 즐거움, 추억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지 않을라나요? 아마 완등 패치 만지느라 그날 밤은 잠을 못자겠죠?(웃음)

블랙야크의 BAC 챌린지 프로그램엔 여러 테마가 있는데요. <명산 100> 이후에 새로운 도전은 어디를 생각하고 계신지요?

<섬&산>을 도전해 볼까 해요. 비록 거리는 멀겠지만 섬에서 보는 산은 또 다른 멋이 있더라구요. 산에서 아름다운 바다를 내려다보는 또 다른 재미를 맛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