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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크마을 '우보악' 산책로 야크마을 방문자를 위한 산책로 추천

글, 사진 : BAC 김정배 팀장

'쉽고도 아름다운 길'

지난번에 블랙야크의 제주도 휴양시설인 '야크마을'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오늘은 야크마을에 머무는 동안 산책하기 좋은 코스를 소개해 드립니다.

힘이 들수록 풍경이 아름답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청계산 보다 지리산이 더 힘들고, 청계산 정상보다 지리산 정상의 풍경이 더 아름답다. 마찬가지로 인왕산 보다는 도봉산이 더 힘들지만 풍경이 아름답다.

그러나 가끔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몇 해 전 알프스의 유명한 관광지인 샤모니에 간 적이 있다. 샤모니 마을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오를 수 있는 '에귀디미디' 전망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다. 수 많은 사람들이 케이블카를 타고 3800미터 정도의 전망대에 올라 아름답고 장엄한 알프스의 경치를 감상한다. 그리고 그 경치를 감상하는 데는 약간의 돈과 두세 시간 정도가 필요할 뿐이다. 그렇게 쉬운 방법을 두고 나와 동료는 가파른 암벽과 만년설을 아이스 바일과 자일을 사용해 8시간 동안 기어 올라 케이블카를 타고 오른 사람들과 같은 장소에 도착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풍광을 즐기고 있었고 우리는 거의 탈진 상태였다.

우리는 녹초가 되어 커피를 마시며 그들과 같은 풍경을 감상하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 웃음에는 '그냥 케이블카 타고 올 걸 그랬어!'라는 함의가 포함되었다. 힘들게, 어렵게 올랐다는 성취감을 제외한다면 케이블카를 선택했어야 맞다.

최소의 시간과 노력으로 최고의 풍경을 감상하다!

오늘 소개하는 우보악 코스는 최소의 시간과 노력으로 최고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산책코스다.

'야크마을'은 일부 숙소에는 개별 풀장이 있고, 각 객실마다 자쿠지가 있다. 시설 중앙에는 모든 이용객을 위한 야외 풀장이 있다. '서울 앵무새'에서는 커피 등의 음료와 맛있는 빵을 즐길 수 있다. 야크마을 주변으로 조성된 약 2Km의 '야크래'는 아지자기함을 갖춘 산책로다. 따라서 '야크마을' 숙박자들은 숙박하는 내내 시설들을 이용하며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몇 차례 '야크마을'을 이용하면서 뭔가 부족함을 느꼈다. 제주도까지 와서 야크마을 안에만 있다보니 '손해보는 느낌'이 들고, '걷고 싶은 본능'을 채워 줄 뭔가 필요했다. 하지만 한라산을 오르기엔 시간이 부족하고 같이 온 일행의 체력이 감당할 수 없다. 그렇다고 혼자 한라산을 오르기엔 미안하다. 특히 체크아웃인 오전 11시까지 숙소에서 별다른 일 없이 체류하는 시간은 아깝기만 하다.

그래서 제주도가 고향인, 더구나 야크마을이 있는 마을 출신인 '강태선 회장님'께 물어봤다.

" 회장님 근처에 가 볼 만한 오름은 없나요?"

"없긴 왜 없어? 거기 오름 천지야, 내가 어릴적에 소 먹이던 데가 있는데 '우보름'이라고. 거기 좋아, 한 번 가봐. 풍경이 아주 기가 막히지."

"회장님은 언제 가보셨어요?"

"나? 나는 어릴 적에 가봤지, 몇십 년 전에, 허허, 그래도 그 멋진 풍경은 기억하지."

우보악

우보악은 현지 주민들은 우보름이라고 한다. '우보'와 오름'이 자연스럽게 준 말이다. "'우보'의 의미는 소가 엎드린 형국이라 하여 우부악(牛俯岳), 또는 소가 걸어가는 형국이라 하여 우보악(牛步岳)이라고 한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확실치 않다."는 것이 네이버로 검색한 우보악에 대한 설명이다. 어쨋든 '소'와 관련 있는 것은 확실하니 '야크'와도 의미 상통하는 이름이라 더 친근감이 든다.

'우보악'으로 가는 길은 '야크마을'에서 삼나무숲길로 이어지는 후문을 통해 바로 시작된다. 아래 구글 지도를 참고하면 전체 코스를 짐작할 수 있다.

코스 전체의 거리는 약 5.8Km로 원점 회귀하는 비교적 짧은 코스다. 천천히 걸으며 사진도 찍고 풍경을 감상해도 두 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다. 그래서 체크아웃인 11시 이전에 다녀와서 짐을 싸기에 아주 좋은 산책 거리가 된다.

산책은 야크마을의 식당이 있는 본관 건물 뒤의 삼나무 길을 통해 시작한다. 이 길을 따라 후문을 나서서 오른쪽의 시멘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작은 냇가를 따라 넓은 밭들과 넓은 초지가 이어진다. 인적이 드문 길은 완만하고 깨끗하게 잘 관리되어 있다. 이따금 만나는 동네 주민이나 산책하는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걷는다.

강태선 회장이 직원과 함께 우보악으로 향한다. 배낭도 없이 가볍게 나선다.
처음 걸을 때는 감자 수확을 앞둔 시기였지만 두 번째 걸을 때는 감자를 모두 수확한 다음이었다. '감자꽃'은 오랫 만에 본다.

길은 단조롭다. 큰 길을 따라 걸으면 되며 이내 아스팔트길을 만난다. 이차선의 아스팔트 길을 걷다 보면 우보악으로 접어드는 작은 시멘트 길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 아스팔트길을 따라 곧장 걷게 되면 우보악으로 갈 수 없다. '야구마을'로 들어가는 삼거리에서 오른쪽 넓은 길을 따라 가면서 주의 깊게 살펴야 길을 발견할 수 있다.

이차선 아스팔트에서 7시 방향으로 꺽어 지는 길을 따라가야 한다.

산책로의 처음은 울창한 숲길처럼 보인다. 이따금 다니는 차량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작은 새집을 만났다. 어린 새끼들이 떠난지 얼마 되지 않은 듯 깃털이 붙어 있다. 사람이 다니는 길 바로 옆에 집을 지은것으로 보아 인적이 드문 길임을 알 수 있다.

걷는 동안 아는 꽃과 나무도 많지만 이름 모를 꽃과 나무가 더 많다.

찔래꽃은 여름을 대표하는 꽃이다. 산책로의 양지바른 곳곳에 찔래꽃이 피었다.

소나무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갑자기 눈 앞이 환해진다. 너무 갑작스러운 풍경의 변화에 깜짝 놀란다. 드넓은 초지는 마치 몽고의 초원을 연상케 한다. 말 먹이로 키우는 풀들이 초록으로 온통 뒤덮고 있다.

갑작스럽게 시야가 트이며 초지가 펼쳐진다. 이곳 만큼 짧으면서 다채로운 풍경은 드물다.

왼쪽으로 작은 언덕이 있고, 이 작은 언덕을 올라 서는 것 만으로 제주도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멀지 않은 곳에 한라산이 친근하게 게으름 피우듯 누워 있고 시선을 돌리면 제주의 바다와 섬들이 보인다. 겨울에는 눈 덮인 한라산을 감상 할 수 있음이 분명하다.

초지에는 말이나 소에게 먹이는 풀들을 씨를 뿌려 키우고 거두지만, 우리나라 전역에서 볼 수 있는 '띠'가 이 동네의 지배 식물이다. 띠는 생명력이 강해 어디서나 잘 큰다. '띠'밭 사이의 자동차가 지나 다닐 만큼의 길을 따라 걸으면 머지않아 우보악 정상이다.

왼쪽으로 보이는 골프장과 오름이 이어진 능선이 아름답다. 제주는 오름의 천국이다.

우보악 정상에서 주변의 오름과 마을들을 설명하는 강태선 회장.

우보악 정상에서 바라본 한라산. 구릿대 넘어 한라산이 펼져진다. 정상에는 산불 감시 초소가 있다.

정상을 지나서 쉬기 좋은 벤치가 있다. 여기까지 가서 뒤돌아 선 다음 삼나무 숲길로 이어지는 계단을 다라 내려와야 한다. 벤치를 따라 계곡 내려가다 보면 길이 없어져 되돌아와야 한다.

정상에서 한라산과 오름을 조망하다 보면 금방 시간이 흐른다. 드넓은 초원은 이국적이고 한라산과 섬들은 이색적이고 이채롭다. 정상을 지나 오래된 평상을 따라 걷다 보면 앉을 수 밖에 없어 보이는 의자가 있다. 한적한 풀숲사이에 기다리듯 자리한 의자에 앉아 보지 않으면 계속 생각날것 같아서이다. 이 의자를 지나 길이 좁아 지는데 이것은 여러 사람이 길을 잘못 든 흔적일 뿐이다. 내려가는 계단은 이 벤치 못 미쳐 오른쪽에 있다.

평상이 있지만 사용하는 이가 많지 않은듯 하다. 다음에 여유 있게 쉬어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벤치에 앉아 쉬다 다시 뒤로 돌아 진행 방향에서 왼쪽을 바라보면 내려가는 길이 있다. 말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ㄹ'자로 꺽인 통로가 이색적이다. 말을 방목하는 제주에서나 볼 수 있는 통로다.

잦은 비로 이끼를 작뜩 머금은 나무 계단. 미끄러지기 쉬우니 주의가 필요하다.

강태선 회장는 산책 내내 앞서 걸으며 안내를 했다. 몇십 년 만이지만 길은 비슷하다며 나무 하나 풀 한 포기에 애정 어린 설명을 곁들인다.

삼나무 덕분인지 공기가 더 상쾌하다. 그래선지 강태선 회장의 발걸음도 경쾌하다.

이 삼나무 길이 끝나는 곳에 우물이 있다. 예전에는 마을 사람들의 식수원이었지만 현재는 상수도가 설치되어 이용하는 사람이 없다. 우물을 지나 귤밭을 따라 걷다 보면 멀리 야크마을이 보인다.

우보악 아래의 마을 우물이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이용하기 위한 시설이다. 예전에는 마을 주민들의 식수원이었지만 현재는 사용하는 이가 없다.

귤받에서 일하는 할머니와 대화도 하고 마을 사람들과 인사도 하며 색달마을로 들어선다. 색달마을에서 야크마을 까지는 300미터 정도다.

산에서 내려와 마을길을 걷다보면 2차선 도로를 다시 만난다. 댐쟁이 덩쿨이 장악한 돌담길을 따라 걷다보면 이내 야크마을로 올라가는 정문이 나온다.

우보악 산책로는 짧고 다채롭다. 반시계 방향으로 돌며 걸으면 힘든 오르막이 없어 남녀노소 함께 대화를 나누며 걸을 수 있다. 한라산과 작은 오름들의 어우러짐을 볼 수 있고 제주도의 앞바다와 섬들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야크마을 방문자를 위한 최고의 산책로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