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소백산에서 얼어 죽을뻔 했어! bac advice

글 : 김정배 익스트림 팀장

작은형은 하루 걸러 한 번 카카오 영상통화를 한다. 두 살 차이 나는 동생이 보고 싶어서는 아니다. 늦은 나이에 장가간 동생이 얻은 조카를 보고 싶어서 전화를 한다. 장가 안 간 큰아빠는 시집 장가를 간 고모나 큰아빠 보다 더 조카가 보고 싶은 모양이다.

고흥에 살고 있는 작은형은 언젠가부터 '명산 100'을 하고 있다.

2년 전쯤 겨울, 제주에서 전화가 왔다.

"너 겨울에 한라산 와봤냐?? 장난 아니다. 얼마나 이쁜지 안 본 사람은 모른다. 나 너네 회사에서 하는 명산 100 하거든. 너 명산 100 아냐? 산 100개를 타는 프로그램이야, 사람들 엄청 많이 다녀"

"명산 100" 그게 뭐야?? 뭔 산을 100개나 다녀?"

"니네 회사에서 하는 프로그램인데 몰라?"

"글쎄, 들어본 거 같긴 한대? 암튼 조심히 다녀~~~"

그랬다. 형은 내가 BAC를 기획한 것도, 명산 100 등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이 내 업무인 줄도 몰랐다. 몇 달이 지난 후에야 내가 담당이란 것을 알았다.

"박종의 셰르파 알지? 순천에 사는 셰르파, 그 셰르파가 운영하는 카풀 타고 다니는데 벌써 20개 찍었어."

" 나 안단 얘기 하지마, 셰르파들이 다 나 싫어해. 친구들이랑 다니고 혼자 다니지 마"

"희진이 알지? 영옥이랑. 같이 다녀, 걔네들 이제 10개, 언제 100개 다하냐!"

몇 달이 지나고 형과 친구들의 인증 숫자는 역전되었다. 형을 따라다니던 친구들이 스스로 시간 날 때마다 산행을 하더니 어느새 형을 추월했다. 어찌 되었든 몇 Kg 정도 몸무게가 빠진 형은 건강해 보였고 삶의 활력이 넘쳐 보였다. 친구들도 만나고 산행도 하면서 건강 관리도 하는 것이 참 좋아 보였다. 단, 자주 뭉쳐 술을 마시는 것 빼고는.

지난주 영상 통화를 할 때

"나 소백산 간다. 희진이, 영옥이랑 같이.

"엄청 추운데, 준비 잘해야 돼. 얼어죽어, 소백산 정상 바람이 장난 아니거든. 고어재킷, 다운재킷 챙기고, 특히 내가 보내준 패딩 바지 있지? 씨니사라. 그거 꼭 챙겨. 진짜 춥다"

"뭐 얼마나 춥것어? 그냥 빨리 올라갔다 오면 되지"

난 경고했다. 춥다고. 분명히. 그러나 겪어보지 못한 추위는 겪어 봐야 안다. 그리고 한 번 겪어본 사람은 준비도 철저히 한다.

다시 전화가 왔다. 소백산에서 인증을 끝내고 단양의 식당이란다.

"죽는 줄 알았다. 살다 살다 그렇게 추워보긴 첨이다. 사람들 실려 내려가고 난리도 아녔어. 진짜 이러다 죽나 싶더라. 뭔 놈의 바람이 그리 센지. 영옥이는 얼굴이 다 얼었다."

지난주는 최강의 한파가 한반도를 휩쓸었다. 전국이 꽁꽁 얼었고 눈도 많이 왔다. 수도관과 계량기가 동파되는 사고가 전국에서 발생했고 아파트에서는 추위가 가실 때까지 세탁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안내 방송이 몇 번씩 반복되었다.

소백산은

바람으로 유명하다. 그 바람을 맞아본 사람은 안다. 소백산 바람에 사람도 날아간다는 것을.

1월 28일 단양의 낮 최고 기온은 영하 2.7도 였다. 일 최저 기온이 아닌 낮 최고 기온이다. 단양은 해발 300미터 소백산 정상부의 높이는 1400m다. 100m당 0.5~0.6도의 기온이 떨어지는 것으로 볼 때 정상부의 기온은 적어도 영하 7~8도다. 거기다 바람에 의한 체감온도를 계산해 보자.

기온을 영하 8도라고 가정하고 풍속이 초속 10미터라고 가정했을 때 체감온도는 영하 17도다. 소백산의 바람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소백산 정상부의 바람이 초속 20미터가 넘어가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을 잘 안다. 결국 소백산 정상에서 체감온도는 쉽게 영하 20도까지 내려간다는 결론이다.

형과 친구들은 소백산 정상부에서 영하 20도 정도의 추위를 경험했던 것이다.

소백산은 저체온증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산이다. 작은형 일행이 산행을 한 날인 1월 28일에도 수차례의 119 헬리콥터가 소백산에서 저체온증 환자들을 실어 날랐다. 그 이유는 산 정상부가 넓고 바람을 막아줄 나무나 바위가 없어 강한 바람을 맞으며 상당히 오랫동안 산행을 해야 하는 지형적 특징 때문이다. 영하의 날씨에서 능선을 계속 걸어 정상부에 이르기까지, 다시 하산하는 내내 강한 바람을 맞는 상태로 추위에 노출된다면 금세 저체온증이 올 수밖에 없다.

수차례 겨울 산행에 대해 준비할 사항들을 소개했지만 한 번 더 언급한다.

1. 등산을 준비하는 것은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다. 기온이 떨어지는 것을 감안해 충분히 보온 의류를 준비해야 한다. 얼마나 준비할지 모른 다면 쉽게 생각해서 산 정상의 높이 만큼 떨어질 것을 대비해 준비하면 된다. 소백산의 정상부가 1400m 정도이니 14도 정도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준비하면 된다.

2. 체온과 기온 변화에 따라 입고 벗기를 반복하며 땀을 최소한으로 흘리고 "덥기 전에 벗고, 춥기 전에 입자"를 실천하라

3. 여벌 옷을 준비해 산행 후 갈아입어야 한다. 땀에 젖은 상태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체온이 계속 떨어져 감기에 걸리기 쉽다.

4. 혼자 산행하지 말고 동행과 함께 산행해야 한다. 산행 시 사고는 누구나 당할 수 있고 도움을 줄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

5. 보조 배터리를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휴대전화는 저온에서 급격히 방전된다. 사고 시 구조를 요청해야 할 상황에 꼭 필요하다.

겨울 산행은 상고대와 소복이 쌓인 눈으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의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준비가 소홀하다면 언제든, 누구든 사고를 당할 수 있다.

혼자서 나선 겨울 산에서는 발목을 삐거나 사소한 부상으로도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부상은 산행 속도를 감소시키고 이로 인해 체온이 떨어지며 산행시간이 오래 지나면 기온도 더 떨어진다. 배터리는 방전되고 주위에 도움을 줄 사람도 없다. 우리 BAC 회원들은 이러한 최악의 상황에 처하지 않기 위해 겨울 산행의 수칙을 꼭 지키길 바란다.

P.S 소백산 바람에 "뺨이 얼어 촌년이 되었다."는 정영옥님에게 추천합니다.

바라클라바는 겨울철 강한 바람으로부터 안면을 보호하는 필수 장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