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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완주한 ‘찐 등산 가수’ BAC pEOPLE

‘트로트계의 엄홍길’ 손빈아

백두대간을 완주한 연예인은 없었다. 설악산∙한라산 정상을 한번 다녀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지리산부터 진부령까지 683km를 걸어야 한다. 산을 올랐다 내려오면 산이 있고, 넘고 넘어도 산이 끝나지 않는다.

한 여름에는 풀이 높아 산길이 사라지거나 풀에 긁히기 다반사고, 겨울에는 얼음과 칼바람에 혹독한 고생길이 된다. ‘명산 100’이 우리 땅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는 입문 과정이라면, ‘백두대간’은 진정한 등산인으로 거듭나는, 나를 넘어서야하는 인내의 길인 것.

노력과 체력은 기본이고, 많은 시간과 경제력을 들여야 한다. 그래서 백두대간을 완주한 연예인은 없었다. 연예인 대간 완주자는 없는 것이 당연했다. 백두대간은 건강한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해 잠깐 노력해서 할 수 있는 차원의 것이 아니다. 구간을 나눠서 몇 년에 걸쳐 걸어도, 숨넘어가는 오르막을 하루 8시간 이상 걸을 수 있는 체력과 집념이 수십 번 이어져야 가능한 것이 백두대간이다.

큰 산줄기 위에 서본 사람만이 아는 춥고, 덥고, 거칠고, 위험하고, 아름답고, 힘들고, 어렵고, 아프고, 감동적인 시간이 ‘대간 종주’다. 단순한 취미의 수준을 넘어서는, 몸이 저절로 산을 기억하는 ‘산사람’으로 거듭나는 과정인 것. 그래서 트로트 가수 손빈아의 대간 완주는 의미가 있다. 홍보를 위해 산을 이용하는 것이 아닌, 산 제대로 타 본 ‘진짜 등산 가수’이다.

가수 손빈아(32)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2020년 TV 트로트 순위 경쟁 프로그램 ‘트로트신이 떴다’에 출연하면서부터다. 당시 심사위원이던 명가수 남진·주현미·설운도·장윤정으로부터 “실력파 트로트 가수”라 극찬 받았다. 이에 힘입어 준결승을 1위로 통과한 후, 결승에서 4위를 차지했다.

2022년에는 TV조선 미스터트롯 프로그램에 현역부로 출연하여 ‘트로트계의 엄홍길’로 이름을 알렸다. 유튜브에 3만 2천여 명 구독자를 가진 ‘손빈아TV’를 운영 중이다. 무명의 신인이 아닌, 트로트 거장들로부터 가창력을 인정받은 고정 팬층이 있는 트로트 신성인 것.

그는 지난해에 대간과 명산100을 완주했다. 2021년 6월부터 대간 구간 종주를 시작해, 2022년 2월에 완주했다. 명산 100은 2022년 10월에 완등했다. 100명산을 먼저하고, 그 이후 백두대간을 타는 것이 일반적인데, 반대로 했다.

가수 손빈아를 산으로 이끈 기획사 대표인 노규선(57)씨의 영향이다. 노씨는 연예기획사 상호를 ‘마운틴 엔터테인먼트’라고 지었을 정도로 등산에 애정이 깊다. 블랙야크에서 선정한 100대 명산을 두 번 이상 올랐다. ‘명산100 어게인’을 달성했으며 3번 이상 오른 명산이 많을 정도로 열혈 산꾼이다.

마운틴엔터테인먼트의 또 다른 트로트 가수인 장하온 역시 ‘명산 100’ 산행을 하고 있다. 이쯤 되면 노규선 대표가 강제로 산에 끌고 가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지만, 손빈아는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지리산이 고향 집 뒷산이라 어릴 적부터 여러 번 천왕봉을 올랐어요. 그래서인지 지금도 산에 가면 마음이 편하고, 새로운 산을 하나씩 탈 때마다 매력을 느꼈어요.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매일 40분 거리를 걸어 다녀서인지, 걷는 게 좋아요. 쉬는 날에도 7~8km는 걸어요.”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가 고향인 그는 발군의 노래 실력으로 유년시절부터 가수가 꿈이었다. 그러나 주변에서 “가수되려면 돈이 엄청 들고, 사기 당할 확률이 높다”는 얘기를 자주 들어 꿈을 포기하고 진주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그러다 27세에 우연히 나간 지방 가요제에서 대상을 타면서, 자비를 들여 1집 싱글앨범을 냈다. 이후 하동 지역 가수로 활동하다 노 대표를 만나 서울로 상경해 2~3집 앨범을 냈다.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한 것도 고향인 하동과 관련 있다. 2022년 하동에서 ‘세계 차茶 엑스포’ 개최가 결정되면서 하동 출신 가수 정동원과 함께 홍보대사로 임명된 것. 이를 홍보하기 위해 노 대표와 손 가수는 백두대간 구간 종주를 시작해 8개월 만에 완주했다. 마주치는 등산객들에게 ‘백두대간 종주 가수 손빈아 하동 세계茶엑스포 성공기원’ 표지기를 나눠 주며 행사를 홍보했다. 코로나로 인해 개최가 1년 연기되어 올해 5월 열릴 예정이다.

-2022년 2월 육십령에서 백두대간을 완주하고, 즉석 콘서트를 열었다. 등산복에서 행사복으로 곧장 갈아입고 무대에 올랐다.

8개월 만에 대간을 완주하기 위해 일주일에 3일 이상 산행에만 몰두하기도 했다. 코로나로 인해 스케줄이 줄어 가능했지만, 산행까지 쉽진 않았다. 종주를 이끈 노규선 대표는 “보통 하루에 20km를 걸었고, 구간을 나누기가 어려울 때는 30km를 걸은 적도 있다”고 한다. 산행 시간이 8~10시간은 기본이며, 종주를 위해 서울에서 늘 새벽 3~5시경 출발했다. 지방행사 스케줄이 있으면, 행사를 마치고 늘 가까운 대간 구간 종주를 했으며, 100명산 산행도 함께 했다.

백두대간 완주에는 주변 도움도 컸다. ‘등산 가수’로 소문나면서 차량 회수가 까다로운 백두대간 특성상 팬들이 차량 지원을 해주거나, 블랙야크 셰르파들이 도움을 주기도 했다. 김천 구간은 김천산악구조대의 지원을 받았고, 부산의 허영섭 셰르파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손빈아는 BAC앱을 사용해 대간 완주를 객관적으로 전 구간 증명했다.

이들은 불법 산행을 예방하기 위해 산불방지 입산금지를 피해 모든 구간을 종주했다. 종착지가 육십령 남덕유 구간인 것도, 지리산이 산불금지 입산통제 기간이 되기 전에 먼저 산행한 탓에 그리되었다. 손씨는 가장 감동적인 순간으로 남덕유산을, 가장 힘들었던 구간으로 설악산을 꼽았다.

“설악산 소공원에서 출발해서 마등령과 공룡능선을 거쳐 당일에 대청봉을 올라 한계령으로 하산했어요. 18시간 연속 산행을 했는데, 대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던 때라 더 힘들게 느껴졌어요. 잊을 수 없는 순간은 남덕유산을 지나 할미봉에서 육십령을 바라볼 때였어요. 왠지 울컥했어요.”

강렬한 설악산의 기억 때문에 손빈아는 완주를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설악산 산행 이후 “대간을 중간에 포기할 거라 생각했다”며 심지어 “꾀병을 부려 볼까도 생각했다”고 말한다. 그리 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계속 산을 타다 보니까. 종주의 매력을 느꼈고, 어느 순간부터 산을 사랑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고 한다. 완주를 앞둔 남덕유산에서 울컥 했던 그의 마음이 어느 정도 이해된다.

완주 기념식에는 손빈아 팬들을 비롯해 전국에서 온 등산인들과 관계자 100여명이 모여 즉석 콘서트가 열렸다. 눈발이 날리는 궂은 날씨에 육십령에서 즉석 콘서트를 열었다. 산행이 어렵기로 이름 높은 남덕유산을 한 겨울에 넘어, 대간을 완주한 후 곧장 등산복에서 화려한 정장으로 갈아입고 노래를 열창하는, 다른데서 결코 볼 수 없는 독특한 무대가 열린 것.

이 날 팬들과 등산동호인들이 십시일반하여 만든 ‘대간 완주패’를 손빈아에게 전달했다. 세상에서 유일한 팬들이 만든 ‘대간 완주패’를 받은 것. 이 자리에서 손빈아는 “백두대간 완주가 등산을 끝내는 마침표가 아닌, 더 많은 산으로 가는 과정”이라며 “앞으로도 트로트 가수이자 등산인으로 남을 것이”라 약속했다.

손 가수와 노 대표는 대간을 함께 걸으며 끈끈한 사이가 되었다. 노 대표는 “오랫동안 연예계에 있으며 많은 일을 겪었다”고 한다. 그가 손빈아와 계약하여 모든 열정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은 “그처럼 인성이 바르고, 인물 좋고, 노래 잘하는 삼박자를 갖춘 사람은 무척 드물기 때문”이라 한다. 노씨는 “빈아가 우리나라 가수 중에서 최초로 백두대간을 완주했다”며 “우리는 그 먼 산길을 함께 걸었다”고 울컥하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손빈아는 처음엔 노 대표의 ‘등산 사랑’이 이해가 되질 않았으나, 이젠 한 마음이다. “산 입구에만 가도 설렌다”고 하는 노 대표가 부담스러웠으나, 지금은 그 역시 산이 가까워지면 “몸이 근질근질하고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등산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Q. 지난해 10월 부산 금정산을 오르면 ‘명산 100’을 완등 했을 때의 소감을 물었다.

“내가 인생을 살면서 이렇게 확실한 목표를 두고 포기하지 않고 해낸 일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성취감은 정말 그 무엇보다도 값지고 좋았어요. 그런데 90산을 넘어가면서부터 이상하게도 아쉬운 마음도 들었어요. 막상 끝이 보이니 아쉬웠어요. 완등을 핑계로 갈 산이 줄어드는 게 아쉬웠어요.”

Q. 블랙야크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나?

“BAC앱으로 도전을 시작했으니, 등산 입문부터 지금까지 모든 산행의 순간에 블랙야크가 있었어요. 백두대간을 종주할 때는 블랙야크 셰르파들이 도움을 주었어요. 특히 허영섭 사다셰르파께서 험하고 길찾기 어려운 구간 동행해서 너무나 친절하게 산행의 많은 부분을 알려주었었요. 명산 100 도전 때에도 전국의 BAC 도전자 분들과 함께 산행 했고, 그때의 인연으로 지금은 제 팬이 되어주었어요. 그 분들이 가수 활동과 산행에 많은 응원과 사랑을 해주세요.”

“모든 산행의 순간에 블랙야크 옷과 장비가 있었어요. 블랙야크 제품은 혹독한 대간 종주에서 충분히 체험했지만, 기능성이 무척 좋고 디자인도 너무 예뻐요. 그래서 등산이 아니더라도 도시에서도 즐겨 입고 있어요.”

“올해 겨울에는 블랙야크 경량 패딩을 입고 산행했는데 상당히 가볍고 착용감이 좋았어요. 산행을 하다보면 입고 벗고를 자주 하는데, 경량패딩이라 가방에 압축해서 넣기도 편했어요. 등산화도 디자인이 멋있고 방수도 잘되었어요. 발목을 잡아주는 등산화 기본성능이 우수해서, 긴 백두대간 종주 동안 발목 한 번 접질리지 않았어요.”

Q. 명산 100과 백두대간 완등 이후 도전하는 프로그램이 있나요?

“월간<山>에서 연재하는 섬&산 취재에 출연한적 있어요. 추자도 편과 가거도 편에 동행했는데, 너무 좋았어요. 육지에 있는 산과 다른 아름다움과 편안함을 느꼈어요. 지금은 도전 느낌 보다는, ‘여행하면서 스스로에게 휴식과 힐링을 선물하자’라는 마음으로 섬&산100 프로그램을 하고 있어요.”

Q. 등산이 좋은 이유는?

“지금은 산에 가면 마냥 기분이 좋아져요. 일상에서 생겼던 스트레스와 고민이 등산을 하다보면 풀리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산행을 하다보면 하산 할 때쯤 고민이 해결될 때가 많아요. 그리고 정상에 올라섰을 때 성취감과 아름다운 풍경은 무엇보다 최고예요.”

Q. 앞으로 목표는?

“대한민국에서 콘서트를 가장 많이 하는 가수가 되는 것이 목표에요. 콘서트를 많이 한다는 게 그만큼 노래도 잘해야만 할 수 있고, 인기도 많아야만 할 수 있는 거라서 노래 잘하고 인기 많은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산행 쪽으로는 오로지 산을 느낄 수 있는 산행을 더 하고 싶어요. 또 산행을 해 온 제 경험을 바탕으로 작사 작곡해서 산과 관련된 노래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Q. ‘명산 100’ 도전을 시작한 초보자들에게 조언해 준다면?

“다른 운동을 할 때는 장비가 중요하다는 걸 못 느꼈는데 ‘장비 빨’이라는 말을 백두대간과 명산 도전 하면서 많이 느꼈어요. 산행하다보면 계절마다 산이 다 다르고 위험해질 수 있거든요. 계절에 맞는 복장과 장비를 잘 갖춰야 더 안전하고 재미있는 산행을 할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초보자 분들은 알맞은 복장과 장비를 잘 구비를 해서 늘 안전한 산행하길 추천합니다.”

Q. 백두대간 도전자들에게 해줄 조언은?

“백두대간은 정말 힘든 도전이었어요. 체력적으로도 힘들었고 정신적으로도 정말 힘들었는데

그래도 부상 없이 안전하게 완주한 이유는 무엇보다 무리하지 않고, 욕심내지 않아서였던 것 같아요. 도전하면서 더 먼 길을 갈수도 있었고, 빨리도 갈 수 있었지만 길게 보고 참았던 적이 많았거든요.”

“저는 항상 산행하기 전에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산행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고 마음 속으로 기도를 하고 등산을 했어요. 제가 드릴 한 가지 조언이라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안전하게 산행하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Q. 자신의 노래 중에 BAC 도전자들에게 추천하는 곡이 있다면?

“제 노래 ‘집에 가는 길’이요. 집에 가는 길에 문득 생각난 옛 추억을 떠올리며 부르는 곡인데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곡이에요. 나름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산행 후 들으면 피로를 가시게 하는 효과가 있답니다. 등산 하고 집에 가는 길에 들어보시면 정말 좋습니다.”

지리산을 고향으로 둔 가수 손빈아는 이제 ‘트로트계의 엄홍길’이란 별명이 자연스러워졌다. 산행으로 다져진 시원한 가창력에 걸맞은 등산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산 노래’를 만들어,‘ 국민 등산가수’가 될 날이 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