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언어를 배워라
전에
"역사, 정치, 언론, 재판, 종교, 드라마, 영화, 철학 등의 공통분모는 무엇인가" 라는 글을 쓴 일이 있다. 그 때 답을 먼저 말하면 이들의 공통분모는 이들 모두가 픽션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나 드라마 소설따위는 애초에 이 픽션의 인물이나 사건은 어떤 실존 인물이나 사건을 다룬 것이 아니라 순전히 작가의 상상에서 만들어 진 픽션이라는 것을 공공연하게 실토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드라마나 소설은 모두 지어 낸 이야기로 이해하고 설혹 감정이입이 되어도 그건 그저 지어낸 이야기일 뿐 하고 안도한다.
그러나 다른 분야는 진실이라 믿고 거짓임이 들어 나면 분통을 터뜨리고 화를 낸다. 사람이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버릇은 진화과정에서 습득한 인간의 특성중 하나라는 이야기는 여러번 했다.
즉 인지혁명(cognitive evolution)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 후 상당한 시간이 흐른 다음 또 하나의 인류의 진화사가 생겼는데 그것을 과학혁명이라고 한다.
뉴터의 발현이다.
역사책에 수식이 나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위의 뉴턴의 3법칙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 따온 그림이다.
뉴턴의 제2 법칙은 미분방정식이다. 즉 우변의 가속도는 위치함수의 시간에 대한 제2차 미분계수이고 왼쪽은 보통은 위치함수의 복잡한 함수로 나타나기 때문에 미분방정식이라 부르는 것이다.
뉴턴은 이 방정식을 풀기위해 미적분학이라는 수학의 최고의 효용성이 있는 언어를 창시하였다.
파인만은 이 미적분학을 신이 쓰는 언어라고 말하였다.
아직도 논쟁중인 수학은 인간의 발명품인가 아니면 발견품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여러 책을 뒤적이던 중 최근에 발간된 한권의 책을 사서 읽게 되었다.
이 책에는 아주 재미 있는 이야기가 들어 있다.
미국의 "Tolstoy"라 칭송되는 100 여살을 살다 얼마전에 작고한 Herman Wouk 라는 사람이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역사소설 두 권을 썼는데 그 소설을 쓰기 위에 2차세계 대전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그 중 하나가 천재과학자로 알려진 Richard Feynman 이 있다. 나도 James Gleik 가 쓴 전기를 읽었고 종이 책이라 아직도 서가에 꽂혀 있다.
"무한대의 힘"에 나온 파인만 이야기는 아래와 같다.
역사에서 내가 궁금해 하는 것은 수학의 한 신비한 분야에 의해 세상이 영원히 바뀌었다는 것이다. 원래 형태에 관한 이론이 어떻게 궁극적으로 문명의 형태를 완전히 바꾸어 놓을 수 있었을까 하는 것이다. 해답의 본질은 물리학자인 Richard Feynman이 소설가 Herman Wouk가 맨해튼 프로젝트를 논의할 때 했던 농담에 들어 있다. Herman Wouk은 제2차 세계 대전에 관해 소설을 쓴 사람이다. 엄청난 대작 두 권을 썼는데 그 소설을 쓰기 위해 2차 대전에서 원폭을 개발한 팀의 한 사람인 파인만을 인터뷰 했다. Caltech에 가서 Feynman을 인터뷰한 다음 헤어질 때 파인만은 Wouk에게 미적분학을 아는지 물었다. 아니요, Wouk은 모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당신은 그것을 배우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라고 Feynman은 말했다. “신이 쓰시는 언어입니다.”
원문은
It’s a curiosity of history that the world was changed forever by an arcane branch of mathematics. How could it be that a theory originally about shapes ultimately reshaped civilization? The essence of the answer lies in a quip that the physicist Richard Feynman made to the novelist Herman Wouk when they were discussing the Manhattan Project. Wouk was doing research for a big novel he hoped to write about World War II, and he went to Caltech to interview physicists who had worked on the bomb, one of whom was Feynman. After the interview, as they were parting, Feynman asked Wouk if he knew calculus. No, Wouk admitted, he didn’t. “You had better learn it,” said Feynman. “It’s the language God talks.”
Strogatz, Steven H. . Infinite Powers . HarperCollins. Kindle Edition.
파인만의 만남 이후에 Wouk 가 한 일에 관한 이야기도 이 책에 나와 있다.
Feynman과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의 결론을 말하면 Wouk는 Feyman 과 만난 후 14년 동안 미적분학을 배우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썼다. 그의 큰 소설은 각각 약 천 페이지에 달하는 두 개의 대작, 즉 Winds of War와 War and Remembrance로 부풀려졌다. 그것이 마침내 끝나고 나서 그는 Calculus Made Easy와 같은 제목의 책을 읽음으로써 스스로 배우려고 했지만 운이 없었다. 그는 몇 권의 교과서를 샅샅이 뒤졌다. 그는 “대학 시절 인문학, 즉 존재의 의미같은 사춘기적 질문에 빠져 문학과 철학을 전공한 나처럼 수학에 무지한 나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찾기를 바랬다. 아무데로도 통하지 않는 어려운 구멍으로만 들어왔던 미적분학이 신이 말하는 언어라는 것을 거의 모른 채 살았다. 교과서로는 뚫을 수 없다는 것이 판명된 후, 그는 약간의 미적분학도 배우고 히브리어 구사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이스라엘 수학 교사를 고용했지만 두 가지 희망은 모두 무너졌다. 결국 그는 마지막 필사적으로 마지막 시도를 했다. 고등학교 미적분학 수업을 청강한 것이다. 그러나 너무 뒤쳐져 몇 달 만에 포기해야 했다. 같이 공부하던 아이들은 나가는 길에 그를 위해 박수를 쳤다. 안타까운 예능 활동에 "애도의 박수를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스트로가츠, 스티븐 H. . 무한한 능력 . 하퍼콜린스. 킨들 에디션.
원문은
In a coda to the story of his encounter with Feynman, Wouk wrote that he didn’t get around to even trying to learn calculus for fourteen years. His big novel ballooned into two big novels—Winds of War and War and Remembrance, each about a thousand pages. Once those were finally done, he tried to teach himself by reading books with titles like Calculus Made Easy—but no luck there. He poked around in a few textbooks, hoping, as he put it, “to come across one that might help a mathematical ignoramus like me, who had spent his college years in the humanities—i.e., literature and philosophy—in an adolescent quest for the meaning of existence, little knowing that calculus, which I had heard of as a difficult bore leading nowhere, was the language God talks.” After the textbooks proved impenetrable, he hired an Israeli math tutor, hoping to pick up a little calculus and improve his spoken Hebrew on the side, but both hopes ran aground. Finally, in desperation, he audited a high-school calculus class, but he fell too far behind and had to give up after a couple of months. The kids clapped for him on his way out. He said it was like sympathy applause for a pitiful showbiz act.
Strogatz, Steven H. . Infinite Powers . HarperCollins. Kindle Edition.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위키백화등을 찾아서 Wouk가 실제로 미적분을 배우려고 했던 나이를 추산해 보니 50대 후반 내지 60대였던 같다.
이 정도 나이가 들어선 "신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보통의 언어는 최초의 인지혁명에서 진화한 픽션을 지어내는 언어이기 때문에 이 언어에 익숙하다 보면 "신의 언어"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프랑스의 수학자, 물리학자, 철학자인 푸앙카레는
"과학자는 그것이 유용하기 때문에 자연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다. 과학자는 자연을 연구하는 것이 즐겁기 때문 하는 것이다. 왜 즐거우냐 하면 자연은 아름답기 때문이다. 여기서 자연의 미는 감각적 미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감각적 미를 깎아 내리려는 의도는 없다. 단지 과학자가 보는 "미"는 "조화", 즉 수학적 "조화"를 말하는 것이다.
세상이 "수학"이라는 언어로 이해가 된다는 이 "조화로움"이야 말로 지적 "미"로 신의 언어로 써야 그 진수를 알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대학생 때 읽었던 "응용수학 총서"에 "열전도론"이라는 책이 있었다. 그 책의 서문에 "프레에분석이 자아내는 교향악"이라 문구가 있었다. 열전도 방정식에서 부터 연역되는 모든 물리적 현상을 그런 수학으로 풀어 내는 방식을 "교향악"에 비유했던 것이다.
수학의 아름다움에 대한 책은 위에 들 무한대의 힘 말고도 쌔고 쌨다. 그런데 그것에 눈 뜰 수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옛날에 일본 영화,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란 영화를 봤다.
거기에 오일러의 공식이 나온다.
박사의 가정부의 아들이었던 소년은 어른이 되어 수학교사가 된다. 그리고 오일러의 공식을 학생들에게 설명하면서 "어둠속을 가로 지르며 반짝하고 지나가는 유성과 같이 아름다운 자연의 한 줄기 빛"
이라고 말한다.
출처: https://boris-satsol.tistory.com/search/오일러 [지구별에서 - Things Old and New]
이 막스웰의 "미의 추구"가 오늘날 통신기술문화의 바탕이 된 것이다.
신의 언어는 21세기에 들어와 컴퓨터 언어로 진화하였다. 오늘날 문명은 무른모 위에서 돌아가고 있다. 그 무른모의 확산은 가히 지수함수적이다. 빅데이터와 디프 러닝은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고 있다. 그 기술의 바탕은 바로 신의 언어다.
우리 문명은 무른모위에서 돌아가고 있다. (Our civilization runs on software.)
프로그래밍 언어 C++의 창시자 비아느 스트루스트롭 (Bjarne Stroustrup) 가 한 말이다.
나는 온라인 쇼핑을 하고 온라인 뱅킹을 하고 온라인으로 뉴스를 읽고 온라인에서 주식거래도 한다.
온라인으로 세금도 내고 온라인으로 여행계획을 짠다.
온라인으로 항공기 좌석도 지정하고 온 라인으로 호텔도 예약한다.
온라인으로 렌탈카를 예약하고 온라인으로 목적지의 일기를 확인한다.
온라인으로 지도를 보면서 온라인으로 다음날 갈 길을 안내 받는다.
온라인으로 음악도 듣고 놓진 TV 방영을 온라인으로 "다시보기"한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온라인으로 구글에게 물어 본다.
출처: https://boris-satsol.tistory.com/383 [지구별에서 - Things Old and New]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오늘 배운 지식은 내일이면 쓸모 없게 된다.
내일을 볼 수 없는 세상에 이른 것이다.